|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며 위기에 놓였다. 위기 상황 속에서 2.8조 원 규모의 건보 재정 누수를 일으키는 사무장병원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꼽혔다. 사무장병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들의 수법이 진화하는 행태, 이들을 단속하기 위한 특사경 관련 논란, 환자들이 받는 피해까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총 세 편에 걸쳐 사무장병원의 모든 것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주] |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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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에 항생제가 왜 이렇게 많아요?”
약사 A씨는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인 60대 B씨의 처방전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감기약과 함께 과도한 양의 항생제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B씨가 방문한 곳은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이 운영한 불법의료기관, 사무장병원이었다.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일반 의료기관과 달리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개설되는 경우가 많아 부당 청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잉 진료나 과다 처방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일반의료기관과 불법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의 차이.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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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2022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의료기관의 입원 환자 비율은 3.7%로 일반 의료기관(1.5%)보다 높았다. 감기 등 경증 질환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역시 불법 의료기관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2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장병원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의 불필요한 입원과 과잉 처방은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수익을 우선하는 사무장병원 구조가 환자의 신체적·재정적 건강을 동시에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니라 수입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과도한 치료를 권하는 일이 많다”며 “여러 치료 선택지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가 10% 미만인 행위도 수익을 위해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의료기관이라면 환자가 비용 문제로 항의할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무장병원은 불필요한 치료로 환자의 시간과 재정을 낭비하게 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과잉 진료와 과다 처방 외에도 다른 피해를 겪을 수 있다. 사무장병원이 국민건강보험 현장 조사나 경찰 단속 등으로 폐업할 경우 과거 의료기록을 찾지 못해 장기 치료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재정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이를 피할 방법은 많지 않다. 환자가 일반 의료기관과 사무장병원을 구별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잉 진료나 과다 처방으로 인한 피해를 제도적으로 구제할 장치도 제한적이다.
다만 과잉 진료로 발생한 경제적 손해는 법적 절차를 통해 일부 구제받을 수 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인 환자가 사무장병원에 지불한 진료비는 건보공단이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며 “징수된 부당이득에 대해 환자들이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 이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 단속 강화와 함께 의료계 내부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장병원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자율적인 대응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사무장병원과 일반 의료기관을 구분할 방법은 없다”며 “특히 수익을 노리고 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 형태로 개원하면 환자들이 문제를 파악하기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 단속도 중요하지만 결국 의료인들이 면허 대여 같은 불법에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며 “면허의 책임을 지키기 위해 의료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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