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목)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단독]'韓증시 저평가 원인' 대통령도 경고했는데…올해 중복상장 비율 확 줄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복상장 작년 말 17.9%에서 3월 9.2%

    정부, 증시 저평가 개선 위해 '원칙적 금지'

    코스닥 승강제 도입·저PBR주 명단 공개도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의 원인으로 연일 지적하면서 작년 말 18%에 육박했던 중복상장 비율이 최근 9%대로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아예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중복상장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중복상장 비율 작년 말 17.9%에서 3월 9.2%로 내려가

    19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우리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9.2%로 나타났다. 작년 말 17.9%에 달했던 이 비율은 3개월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중복상장 비율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의 시장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올해 들어 중복상장 비율이 급감한 것은 이 대통령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기업들의 중복상장을 사실상 막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와의 오찬에서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18일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상장기업의 중복상장 문제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라고 다시 비판했다.

    중복상장 금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자 올해 초 LS그룹은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계획을 접었다. 코스닥 상장사 엘티씨도 자회사 엘에스이의 상장계획을 철회했고, 오스코텍도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을 준비했지만 무산됐다. 이들은 실제 한국거래소에 자회사 상장을 신청했지만 승인조차 나지 않았다. HD현대그룹과 SK그룹 역시 각각 HD현대로보틱스와 SK에코플랜트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복상장이 크게 줄어든데다 올해 우리 증시 상승으로 분모 역할을 하는 대형주 시가총액이 급증하면서 중복상장 비율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미국 증시에서 중복상장 비율은 0.05%에 불과하고 중국도 2.4%, 대만 2.7%, 일본 4.0%로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가치를 이중으로 평가하는 '더블카운팅'을 유발한다. 더블카운팅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존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있어 선진국은 이를 엄격히 금지하는 곳이 많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중복상장이 거의 없고, 일본은 조금 있었는데 지난 10년에 걸쳐 많이 없앴다"며 "우리도 늦은 감이 있지만 주주보호를 위해 중복상장을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 "중복상장 금지하고 코스닥 승강제 도입해 저평가 개선"

    정부는 향후 원칙적으로 중복상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간담회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일반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복상장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 증시의 저평가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원인 중 하나가 중복상장"이라며 "중복상장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면서 시가총액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모자기업 동시 상장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법으로 이중상장을 규제하지 않더라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기제가 작동해 원천적으로 차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복상장 금지 외에도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을 '성숙한 혁신 기업(프리미엄 시장)'과 '성장 중인 기업(스탠다드 시장)'으로 구분해 2개 리그 체계로 재편한다. 코스닥 시장 간 승강제를 운영해 기업이 성장 단계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코스닥은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해 기존 바이오·인공지능(AI)·우주·에너지에 더해 올해 첨단로봇·K 콘텐츠·사이버보안 등 6개 분야를 추가한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프리미엄 시장 종목은 80~170개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규정 개정 및 시장운영 상황에 따라서 조정이 가능하다"며 "하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초부터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은 반기마다 명단이 공개된다. PBR이 1 미만일 경우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로, 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저PBR에도 불구하고 지배력 확대 등 대주주 이익을 위해 낮은 주가를 일부러 방치하는 관행을 개선하도록 '네이밍 앤 쉐이밍'(공개해 망신주기) 방식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는 취지다. PBR이 동일업종 내 2개 반기 연속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공표되고, 종목명에는 '저PBR'이라는 태그가 부착된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를 위해 합동 대응단을 대폭 확대하고 통신조회권과 특별사법경찰의 인지수사권 등 권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공개정보 이용과 사기적 부정거래에도 투자원금까지 몰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기존에는 시세조종에만 적용되던 원금 몰수를 불공정거래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밖에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감시기능을 유도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내실화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충실한 코드 이행 여부에 제3자 점검체계를 신설해 이행·미이행 기관 명단을 공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