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중동발 사태로 향후 금리 경로를 판단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3.4%) 제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확신을 갖고 적어낸 게 아니라 뭔가를 적어야 하니까 적어낸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 뭔가를 토론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연준 내부 기류는 확연히 달라졌다. 1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일부 위원까지 이번에는 동결로 돌아섰다. 불과 한 달 전 38% 수준이던 ‘6월까지 금리 동결’ 전망은 93%로 치솟았고, 연내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5%에서 52%로 급등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 낮아진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논의 대상에 올랐다. 정책 판단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무엇보다 물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1%로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고,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7% 올라 예상치(0.3%)의 두 배를 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물가 급등 우려는 더 커진 상태다. 고용상황도 불안하다. 2월 비농업 일자리는 9만2000명 줄어 2020년 12월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식고 있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가 일차적으로 관세 탓에,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준으로선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를 내리기도, 경기 위축 때문에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전쟁은 정책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고,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 여파는 우리에게도 미친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추가 인상이 검토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운용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와 성장, 대외수지가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위기 국면에 맞는 비상한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