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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지역 영화의 발전을 위해 상당 규모의 지역영화 창작 지원 예산을 편성한다. 이건 외국의 영화 창작자들이 상당히 부러워하는 한국 영화정책의 장점인데 세계 예술영화의 중심이라 자부하는 프랑스에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있다.
신예 감독 루이즈 쿠르부아제의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는 이러한 프랑스 영화 정책의 수혜를 받은 훌륭한 성공 사례이다. 감독은 와인과 치즈로 유명한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 동부 쥐라 지방을 배경으로 유머러스하고 활력 넘치는 성장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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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의 토톤은 거의 날마다 맥주와 파티로 소일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종종 사고를 치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에 악의는 없다. 농장에서 치즈를 만드는 아버지의 노동 덕에 미래에 대한 별다른 고민이나 걱정 없이 카르페 디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철없는 소년일 뿐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소년에게 느닷없이 책임지는 삶을 요구한다. 무한할 것 같던 자유에서 책임지는 어른의 삶으로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요구하는 현실 앞에서 그의 일상은 급변한다. 그의 아침은 어린 여동생 클레어를 씻기고 먹여 학교 보내는 일로 시작된다. 밤의 파티에 익숙해 있던 소년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노동의 시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가족을 책임지는 어른의 고단한 삶 속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토튼은 콩테 치즈 콘테스트에 참가해 우승 상금을 거머쥐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웃 농장의 품질 좋은 우유를 훔쳐 지금까지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치즈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훔친 우유로 치즈를 만든다는 설정은 귀여운 소극(笑劇)처럼 보이지만 이에 임하는 토톤의 태도는 진지하다. 기계 생산이 일반화된 현장에서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치즈를, 그것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겠다는 무모한 계획에서 거듭되는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와인과 치즈 산지로 유명한 쥐라 지방의 드넓고 평화로운 초원에서 수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적 터치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카메라는 영화 전반에 안구가 정화될 만큼 힐링의 기운을 가득 불어넣는다. 현지에서 캐스팅한 비전문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그들의 터전만큼이나 투박하고 거칠지만 솔직한 태도로 주어진 상황을 헤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큰 변화는 없을지언정 주어진 성장의 시간 속에서 소년과 친구들은 가족과 우정의 가치, 첫사랑을 차근히 배워 나간다. 그것은 성숙한 관계로의 진입이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유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충분한 숙성의 시간을 요구한다. 시련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그 시간 속에서 우정과 사랑, 책임을 숙성시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결코 한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한땀 한땀 노력한 시간의 결과이다. 느닷없이 시작된 명분 없는 전쟁으로 우울감에 빠진 이 세상 모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충분히 위로와 치유가 될 것이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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