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락 송현경제연구소 디지털금융본부장
같은 글로벌 충격이 발생했을 때 한국 자산시장은 왜 유독 크게 흔들릴까. 미국·이란 전쟁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3월 초 아시아 주요 증시는 모두 하락했다. 그러나 낙폭은 크게 달랐다. 3월 3~4일 이틀간 코스피는 18.4% 하락했지만 일본은 6.6%, 대만은 6.5%, 중국은 2.4% 하락에 그쳤다. 반등 국면에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3월 5일 한국 증시는 9.6% 급등한 반면 주변국은 1∼2% 상승에 머물렀다. 상승과 하락 모두 한국 시장의 진폭이 훨씬 컸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시장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2025년 11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했고 3월에는 장중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개인의 투기적 거래가 활발하고,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 역시 상승과 조정을 반복한다. 부동산, 주식, 코인, 환율을 가리지 않고 한국 자산시장은 늘 큰 진폭을 보인다.
이런 특징은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 외신은 한국 증시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 갑자기 냉각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BofA)도 최근 보고서에서 “전형적인 거품 현상(textbook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현상을 흔히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위험 선호로 설명하기도 한다. ‘영끌’, ‘포모(FOMO)’, ‘몰빵’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투자 성향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 자산시장의 몇가지 구조적 특징이 이런 행동을 강화하는 측면이 크다.
첫째는 기대수익의 불균형이다. 저성장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투자 기회가 줄어들면서 수익 기대가 일부 자산에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서울 핵심 아파트, 특정 기술주, 일부 가상자산처럼 ‘오르는 자산만 더 오른다’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분산 투자보다 집중 투자가 늘어났다.
둘째는 디지털 투자 환경이 만든 즉시성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해외주식, 코인, 파생상품까지 거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투자 결정의 속도는 극단적으로 빨라졌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투자 행동은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셋째는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체감 신뢰의 문제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의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이 약할수록 투자 결정은 장기 가치보다 시장의 단기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넷째,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수성이다. 대외 개방도가 큰 데다가, 자본 이동도 빠르며, 주택은 단순 거주재가 아니라 핵심 자산이다. 그래서 하나의 시장 불안이 다른 시장으로 쉽게 번진다.
이런 점에서 한국 자산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개인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과 함께 시장 구조와 수시로 바뀌는 정책 환경 요인도 크다.
따라서 정책 대응도 분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산시장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부동산·주식·해외투자·가상자산을 각각 따로 보지 말고 가계 자산 배분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기 시장 대응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 자산시장 규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명한 제도 설계를 통해 시장의 깊이를 더하고, 투자자는 긴 호흡으로 자산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의 자산시장은 ‘투기’의 꼬리표를 떼고 ‘투자’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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