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0 (금)

    트럼프, 금기어 ‘진주만’ 꺼내자…스킨십 외교로 달랜 다카이치 [美·日 정상회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파병에 선그은 日

    오찬 취소 등 팽팽한 줄다리기 속

    다카이치, 악수 대신 포옹 인사

    “트럼프만이 평화 가능” 치켜세워

    전략적 언행·친밀감 강조로 방어

    日매체 “파병 막았지만 불씨 여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국가 정상 가운데 처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대면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단 확답을 피해갔다. 대신 미국에 대한 외교적 지지, 110조 원에 달하는 거액의 에너지 투자로 트럼프 달래기에 전념했다.

    19일(현지 시간) 다카이치 총리는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펼친 스킨십 공세를 시작으로 철저히 계산된 언행으로 방어해 나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관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려 하자 마치 안기듯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모두발언을 할때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은 도널드뿐”이라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일부러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이란 문제를 발언해 답변해야 할 부담을 줄인 것”이라고 전했다.

    회담 통역도 트럼프 1기 시절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수행했던 다카오 나오 외무성 미일지위협정실장이 맡았다. 그를 기억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신조와 함께 알던 사이”라고 말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 일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거(일본 총선)를 치러냈다”며 화답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백악관 만찬장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평소 팬이라고 밝힌 일본 엑스재팬의 ‘러스티 네일’과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이웃의 토토로’ 주제곡이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일본이 선물한 250그루의 벚나무에 대해 “나중에 다 심어지면 함께 둘러보자”며 추가 방미를 제안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한 일본 기자가 ‘이란을 공격하기 전 알리지 않아 (일본 등) 동맹국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서프라이즈(surprise)를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누가 일본보다 서프라이즈를 더 잘 알겠나. 일본은 왜 나에게 진주만(공습)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라고 받아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2차 대전 참전 계기가 된 역사로 미일 간 ‘금기어’로 평가받는 진주만 공습까지 꺼내자 다카이치 총리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은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역사적 비극을 언급하며 당황시켜온 특유의 화법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또 이날 회담 후 백악관에서 예정됐던 오찬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과 만찬을 모두 함께해 다카이치 총리를 이례적으로 환대한다며 일본 측이 기대했던 것과 실제는 달랐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도 파병 요구에 끝까지 선을 그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전쟁 중 기뢰 제거 함정이나 미국 군대 급유 등 후방 지원을 원하고 있으나 일본은 전쟁이 끝난 후 조사·연구를 위한 군함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 직전에 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도 냈다. 처음 공동성명은 영국이 주도해 독일이 화답하고 뒤이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네덜란드가 설득됐다. 일본은 막바지에 동참했고 캐나다가 성명 발표 후 이름을 올리면서 7개국이 됐다. 미국 군함 파견을 요구받은 나라 가운데 한국과 중국만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측이 일본을 재차 압박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요구를) 잘 극복했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있지만 일본이 구체적인 방책을 언제까지 미뤄도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중동 정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