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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추워서 아팠어요"…난로 하나에 의지한 장애인 체육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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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사용 제한된 무허가 컨테이너서 '덜덜'…"메달 따면 뭐하나"

    폭염·한파 노출 반복에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로 환경 개선 검토

    연합뉴스

    가스난로에 의지하는 장애인 체육선수들
    [촬영 박영서]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중증 장애인이다 보니 난방이 안 되면 몸이 아프거든요. 지난겨울 정말 많이 아팠어요. 작년 전국체전에서 동메달도 땄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으니 소외감이 들죠."

    5평 남짓한 컨테이너에 추위를 피해 모인 장애인 론볼 선수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훈련을 돕는 장애인 활동 보조사들 역시 지난 겨울 혹한의 추위를 떠올리며 "같이 아팠다"고 탄식했다.

    기자가 최근 찾은 강원도론볼연맹 원주지부 소속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론볼 경기장이 자리한 국민체육센터를 관리하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 놓아준 컨테이너에는 콘센트와 누전차단기 등 전기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선수들에게 전기 사용은 여전히 언감생심이었다.

    해당 컨테이너가 건축허가나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거치지 않아 현행 법령상 전기 사용이 제한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애 여부를 떠나 '인권' 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해결책을 기대했으나 '전기 사용은 불법'이라는 공단 측의 입장은 지난 1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결국 선수들은 지난겨울에도 가스난로 하나에 의지하며 하루 4시간 30분씩 훈련했다.

    연합뉴스

    론볼 경기장 옆에 설치된 컨테이너
    [촬영 박영서]


    지난해 11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강원도 대표로서 동메달을 따고서 '그래도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명분이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들이 마주한 건 살을 에는 한파였다.

    중증 장애가 있는 론볼 선수 서영완(47)씨는 "명색이 강원도 대표가 4명이나 있는데 전기 사용조차 할 수 없다고 하니 소외감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여름에는 불볕더위에, 한겨울에는 한파에 그대로 노출된 열악한 환경 탓에 론볼에 입문했다가 혀를 내두르며 다른 종목으로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

    작년 10월에 가입했던 전준숙(47)씨는 보치아를 했을 때는 냉난방이 다 되는 시설은 물론 화장실도 편리하게 이용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마디로 '극과 극'이라고 표현했다.

    "운동은 재밌는데 환경이 열악하니 다른 종목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던 전씨는 결국 최근에 다시 보치아 종목으로 돌아갔다.

    계속되는 선수 이탈에 더해 이웃 도시인 영월로만 눈길을 돌려도 도내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데다 회원이 소수인데도 전기 사용은 물론 인터넷까지 설치해줬다는 강릉시 사례 등 다른 지역의 훈련 환경과 비교할 때마다 갑갑한 마음만 더 깊어질 뿐이다.

    '영월시 원주군'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고 있지만 론볼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보다 더 간절한 꿈은 전기 사용이다.

    연합뉴스

    2025년 2월 방문 당시 설치돼있던 냉난방기(위쪽)와 2026년 현재 모습
    [촐영 박영서)


    컨테이너가 들어섰던 2023년 12월 원주리더스라이온스클럽이 기부했던 냉난방기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최근 냉난방기가 필요한 다른 이들에게 양보했다.

    지난해 연합뉴스 보도를 접한 뒤 원주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설 개선을 촉구했던 김학배 시의원은 "단순히 시설 부족을 넘어 선수들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원주시에서는 예산이 없다고 하니 선수들을 볼 때마다 죄송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원주시는 도시계획 조례상 건폐율 규정 때문에 해당 컨테이너를 정식 건축물로 허가하기는 어렵지만,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통해 전기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건축과에서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하실 수 있도록 관계 부서와 협조해서 빠르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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