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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회식 후 사고로 숨진 택배기사, 산재 인정 안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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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자발적 회식, 산재 인정 안 돼"

    머니투데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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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으로 회식을 한 후 귀가하다가 사고가 나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택배기사 A씨 유족들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2월 B 택배사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기사로 근무했다. A씨는 2023년 12월 사업장의 타 택배기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새벽 귀가하던 중 육교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이상증세를 보인 A씨는 응급실에 내원 후 인하대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뇌사 상태로 추정됐고 타 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받던 중 결국 외상성뇌출혈을 직접사인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회식은 택배기사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자발적으로 실시한 업무 외적인 모임에 해당한다"면서 "업무종료 후 퇴근하던 중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A씨의 유족은 해당 회식에 대해 "A씨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식에 참석한 후 경로 이탈 없이 귀가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이라며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유족들이 했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려워 회식 이후 발생한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관리자는 회식 개최를 지시하거나 주관한 사실이 없고 사업장 소속 택배기사들도 사전에 사업장 측에 회식 관련 양해나 승인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 과정에서 동료 택배기사는 "회식은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해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에서 회식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사업장 측에서는 회식에 참석한 사람이 없고 회식의 일정과 장소 선정, 공지도 택배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사업장 소장이 회식비 일부를 지원해주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업주의 지배와 관리 하에 회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해당 회식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근무지나 분실사고 대책 등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참석자가 모두 택배기사여서 공통 관심사를 대화 주제로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A씨의 유족이 해당 회식에 대해 "신규 택배기사와 기존 택배기사 사이 안면을 익히기 위한 자리 역할도 겸하고 있어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을 한 것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용차나 대리기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택배기사의 개인적인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친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므로 그러한 목적의 회식을 업무수행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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