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확산 첫 침투 영역, 해외송금
“블록체인 송금 인프라 실현 가능성 확인”
AI 에이전트로 복잡한 금융 과정을 자동화
언어 명령에 상품·송금·자산업무 구현 목표
“베이비붐 디지털자산 접근성 제고에 도움”
엄태성 하나금융 AI디지털혁신그룹 상무가 20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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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외환 시장 강자로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송금 인프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엄태성 하나금융 AI디지털혁신그룹장(상무)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한 결제 혁신 시대에 대비해 이같이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자산 시대에선 자금세탁방지(AML)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가상자산거래소 수준의 통제 체계를 은행권에 맞게 고도화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현재 엄 상무는 하나금융 내 디지털자산, AI·데이터, 플랫폼(하나원큐·아이부자) 등 3개 축을 총괄하고 있다. 약 2400만명 규모의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채널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아우르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 해외송금 속도 혁신 시험대=2~4일 걸리던 해외송금이 ‘분 단위’로 줄어들 수 있다면 어떨까.
외환 시장 강자인 하나은행은 블록체인상 송금 혁신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과 두나무가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 검증(PoC)은 기존 송금 구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거치지 않고 두나무의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GIWA) 체인’을 활용해 송금 정보를 블록체인 메시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사는 올해 3분기까지 예금토큰을 활용한 차세대 해외송금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엄 상무는 해외송금 시장을 디지털 자산이 가장 먼저 침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 그는 “특히 송금 분야에서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법인 간 무역송금 등에서 수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거래 규모가 크고 속도와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법인 거래에서 디지털 자산 기반 송금의 필요성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 유학생·노동자들이 송금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봤다.
엄태성 하나금융 AI디지털혁신그룹 상무가 20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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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상무는 이번 기술 검증의 성과 의미를 비용 절감보다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찾았다. 그는 “기존 대비 처리 속도를 단축하고 비용 절감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손님이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편리함을 체감할 경우 초기에는 점진적으로 확산되다가 일정 시점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정책 환경을 고려해 결제 인프라의 안정성과 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다른 실증 사업도 병행 중이다. 이달 하나금융은 서클·크립토닷컴과 협업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제 사용 환경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이용자의 디지털자산 결제 비중 등 주요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며 향후 결제 서비스 확대 및 운영 전략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주관하는 디지털화폐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에도 참여한다. 이와 관련, 엄 상무는 “이번 2단계에선 1단계보다 2~3배로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용처와 현재 협의 중이며 가맹점 역시 소매 중심에서 대중적인 외식·유통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사용자가 늘어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효용성을 동시에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안착 열쇠는 ‘정책 유인’=모든 금융권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권 역시 컨소시엄을 구축하며 관련 법제화 이후 신속한 발행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나금융도 지방 및 글로벌 은행권 등과의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카드 결제 인프라를 갖춘 국내 환경에서 새로운 결제 수단이 과연 활발하게 쓰일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엄 상무에게 시장 우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고 묻자 그는 과거 본점 카드본부에서 근무했던 현장 경험을 떠올리며 답했다. 엄 상무는 과거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카드로 전환된 경험을 언급하며 시장 변화의 조건을 짚었다. 그는 “지금처럼 카드 한 장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도 10년 남짓 된 일”이라며 “결제 체제가 카드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된 변곡점에는 연말정산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카드를 사용하게 됐고 이 계기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스테이블코인 역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유인이 마련된다면 유사한 확산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엄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각종 바우처나 정부 지원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으로 지급되는 정책적 계기가 마련된다면 시장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엄태성 하나금융 AI디지털혁신그룹 상무가 20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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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코인 10만원 송금” AI에이전트 시장 촉매제 역할=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 확산의 또 다른 축으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주목하고 있다. 엄 상무는 “어르신 손님들은 UI·UX를 아무리 단순하게 만들어도 익숙해지기 어렵다. 지갑을 만들고 코인을 전환하는 과정이 복잡한데, AI가 이러한 과정을 대신해 준다면 일반 소비자도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AI 에이전트가 디지털 자산 시장 확산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크지만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낮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자산 이용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산 규모가 가장 크고 자산 이전의 중심에 있는 계층”이라고 했다. 이어 “AI 에이전트 시대에선 ‘딸에게 10만원어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보내달라’고 말하면 AI가 대신 요청을 보내주는 식으로 금융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며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대표 모바일 앱 ‘하나 원큐(1Q)’는 올해 변화의 중심에 놓일 예정이다. 이용자가 언어로 명령하면 투자 상품 추천부터 송금, 자산 전환까지 일련의 금융 행위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기존의 입력 기반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대화형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해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엄 상무는 “같은 상품이라도 고객의 이해도에 맞춰 설명을 달리하고, 사투리까지 구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세대별로 다른 금융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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