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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3 (월)

    블랙스톤도 흔들…사모대출 깜깜이 공시까지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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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펀드 BCRED 4년만에 첫 손실

    SW부진에 지난달 수익률 -0.4%

    이달 초 5.7조원 환매…큰손들 이탈

    일부 펀드는 청산 발표했다가 번복

    자산 3600개 나열 등 시장 신뢰 잃어

    이란發 유가 급등에 기업 부담 가중

    월가 곳곳서 위험관리 강화 목소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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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서 전 세계 큰손들이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대표 펀드가 4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주목되지 않던 일부 펀드 운용사의 불투명한 공시가 투자자의 눈을 가렸다는 지적과 함께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금리 인하를 늦추게 된 점도 악재로 부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 시간) 블랙스톤의 비상장 사모대출 펀드인 BCRED가 지난달 0.4%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BCRED가 월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던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출 대상인 고객 경험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메달리아의 성장 부진이 성과에 악영향을 줬다. 블랙스톤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메달리아에 대한 대출 가치를 2024년 말 원금 1달러당 94센트에서 지난해 말 78센트로 낮췄다. 대출 자산의 가치가 1년 사이 16%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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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RED 펀드는 이달 초 자산의 7.9%에 해당하는 환매 신청을 수용해 주목받았다. 당시 투자자의 환매 요청 액수는 총 38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에 달했다. BCRED의 운용 자산 규모는 480억 달러(약 72조 원)로 블랙스톤의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13%의 비중을 차지한다. FT는 “3년 이상 플러스 수익률을 이어 온 BCRED가 무너진 것은 2조 달러(약 30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 구조적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회사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에서는 상환 요구가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사모대출 펀드의 공시도 부실 우려가 커진 뒤 논란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 펀드의 공시 내용이 너무 난해한 점도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클리프워터의 기업대출 펀드는 최신 분기 보고서에 3600개 이상의 보유 자산 회사 이름을 알아보기 힘들게 나열했다고 꼬집었다. 이 펀드는 또 다른 사모대출 상품 아레스 펀드를 보유하면서 지난해 6월 30일에 청산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알렸는데 그 이후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펀드가 존속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레스 펀드의 가치가 매분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도 적시했다. 투자자들이 기업대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를 믿지 못하고 최근 14%까지 환매 요청을 한 이유가 이런 불투명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도 기업 차입 부담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데다 유가 급등 자체만으로도 제조업에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에 전반적인 부담이 늘어나면서 투자 적격 등급 이상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가 올 저점인 1월 22일 0.71%포인트에서 이달 19일 0.88%포인트로 0.17%포인트 상승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경고음이 잇따르자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도 “신용 사이클이 사라진 게(repealed)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걱정했다. 경기에 이상 신호가 뜨면 대출 부실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솔로몬 CEO는 20일 연례 보고서 서한에서 “최근 몇 주간 사모대출과 관련해 대출 심사의 질,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위험 노출도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며 “다양한 위험자산에 걸친 시장 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AI 분야에 대한 자본 집중 심화는 한층 더 철저한 위험 관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솔로몬 CEO뿐 아니라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CEO도 최근 시타델증권 주최 행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며 “나는 폭풍이 다가오는 것을 못 느끼지만 울타리 안의 말들은 날뛰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최대 IB인 JP모건은 사모대출 펀드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대출의 담보 가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스톤릿지자산운용은 핀테크 업체들이 집행한 소비자·소상공인 대출을 기초로 한 펀드 LENDX에 대해 환매 요청이 너무 빗발쳐 요청액의 11%만 반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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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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