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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3 (월)

    이란, 4000㎞ 밖 美·英 기지 공격…“중동 넘어 유럽까지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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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최후통첩에도 확전태세

    이란, 개전 후 IRBM 2발 첫 발사

    인도양 목표 타격은 실패했지만

    사정권 확대에 英·유럽 긴장 확산

    미국외 유화책 ‘양동작전’에 혼란

    후티 반군 참전땐 홍해까지 막혀

    네타냐후 “전쟁에 타국도 참여할 때”

    외신 “전쟁, 트럼프 손 떠나” 지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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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사작전의 점진적 축소를 위해 ‘48시간 내 항복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렸지만 상황은 그의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다른 국가로의 확전을 경계해오던 이란이 무려 4000㎞ 떨어진 인도양까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유럽을 사정권에 포함시킨 것이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이란군에서 친이란 무장 세력으로 전선이 넓어지면서 미국 내에서조차 “이란 전쟁이 이미 트럼프의 손을 떠났다”는 냉정한 시각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미사일 부대가 이날 본토에서 약 4000㎞ 떨어진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영국·미국 공동 군사기지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2발을 쐈으나 목표물을 타격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하나는 비행 중 고장났고 다른 하나는 미 해군 구축함이 요격했다고 미 당국은 밝혔다. 영국령 인도양의 외딴섬에 위치한 디에고가르시아는 미국이 폭격기와 핵잠수함,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배치한 전략적 기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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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은 실패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란이 IR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실제로 IRBM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란 지도부는 미사일 사거리를 20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까지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지만 결국 입장을 바꿔 유럽 전체를 표적에 포함시켰다. 사거리 4000㎞ 안팎에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대부분이 포진해 있다.

    이런 위협에는 최근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군사적 협력을 제공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은 최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어뢰를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아라비아해에 배치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이란 시설 타격을 위해 미국에 영국 기지 사용을 승인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치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이란의 의사 결정 과정이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이란 개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IRBM 발사는 많은 국가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 일본은 휴전 이후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란의 깜짝 반격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기대와도 어긋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0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 “우리는 이란의 테러 정권에 대한 중동에서의 대규모 군사적 노력을 점차 축소(wind down)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19일 개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이 발을 빼려고 할 때마다 이란은 반격을 거듭하고 있다. 48시간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대해서도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너지·정보기술(IT)·담수화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과 손잡고 호르무즈해협 길목에 위치한 영유권 분쟁 지역인 아부무사섬과 대툰브섬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UAE 북부 토국인 라스알카이마에 반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으로는 미국 외 다른 국가들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겠다는 유화 메시지를 보이며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알리 무사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이란 대표는 22일 반관영 메흐르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와 보안·안전 조율을 거치면 통과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일부 선박이 200만 달러를 통행료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대와 다른 현실에 미국은 모순적인 행보를 더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종료를 시사했지만 미국은 이란 지상전을 대비해 파병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다음 타격 목표는 이란의 전력 80%를 생산하는 천연가스발전소가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떠났다”며 “그가 스스로 만든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던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은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전쟁에 동참해야 할 때이며 이미 몇몇 국가는 동참하고 있다”면서 다시 확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란이 아직 꺼내지 않은 비장의 카드도 남아 있다. 바로 친이란 무장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 국가들은 홍해를 경유하는 우회로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가자 전쟁 당시 홍해 해상운송을 마비시켜 글로벌 에너지난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도 후티 반군이 참여할 경우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의 에너지 물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파국이 벌어질 수 있다.

    확전 위기가 커지면서 세계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 문제를 두고 이란 정부와 협상에 들어갔다. 중국에 이어 ‘에너지 마비’를 풀기 위한 자구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을 마지막으로 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열흘 후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걸프발 LNG 공급이 열흘 후면 끊길 수 있다는 얘기다.


    황당한 ‘트럼프식’ 퇴장, 그런데 종료 버튼은 이란이 쥐고 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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