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해협 재개방으로 전쟁 목표 재설정
미군 증강·지상전 준비…"전면전 직전의 위험한 균형"
이란 "미국 공격하면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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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동 정세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미군 증강 배치와 이란의 보복 경고가 맞물리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안보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의 최종 단계로 호르무즈 해협과 주요 에너지 시설의 통제권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안보 당국은 전쟁의 우선 목표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사실상 재설정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해운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초기 제시됐던 목표와는 다르다. 이란 신정 체제 붕괴나 핵 프로그램의 완전 제거 같은 전략적 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후순위로 밀려났다.
대신 이란의 해협 장악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주장하며 전쟁을 종식시키고, 확대되는 세계 에너지 위기를 막고, 이란이 미래의 공격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잃게 만드는 '달성 가능한 승리 조건'이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오후 7시44분께 트루스소셜에 "만약 이란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란의 여러 원자력 발전소를 가장 큰 발전소부터 시작해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겨냥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실제로 군사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제31해병원정대 병력 2500여명이 가장 먼저 중동으로 파견된 데 이어 2200명 규모의 해병대 추가 병력도 미국 센디에이고항을 출발했다.
또 미군이 중동 지역에 해병대를 추가 파병하기로 한 데 이어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그 해병대원들은 훈장을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며 실전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 이후 미국의 직접적 화력 지원과 함께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22일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연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이 적에 의해 공격받으면, 미국과 그 정권 소유의 역내 모든 에너지, 정보기술(IT), 담수화 기반 시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테헤란=AP/뉴시스]지난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자유의 탑'(Azadi Tower) 뒤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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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적국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이란 대표인 알리 무사비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며 외교는 여전히 이란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은 기뢰, 소형 고속정, 드론, 연안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평소 하루 130척에 달하던 유조선 통행은 현재 이란의 통제 아래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미군은 연안 미사일 기지와 기뢰 부설 의심 선박 등을 타격했지만, 상업 항로 정상화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협의 상업 교통을 재개하는 작전은 최소 몇 주가 걸릴 수 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호위 작전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협 개방 작전은 미군에게 상당한 위험이 된다. 이란의 기뢰와 드론, 저고도 순항 미사일, 고속정의 기습 공격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멘 후티 반군 사례처럼 제한된 전력으로도 해상 교통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전직 이스라엘 고위 안보 관계자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은 상황이 예상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전쟁 목표와 전략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전쟁 권한 제한 결의안에 찬성했고,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지상군 투입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 역시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강경파는 카르그섬 점령과 이란 석유 수출 차단을 주장하며 군사 작전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기류 변화도 변수다. 그동안 확전을 경계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해협 봉쇄 장기화로 경제적 피해가 커지자 점차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란 외교 인력을 추방하는 등 사실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전쟁의 향방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해협이 재개방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목표를 달성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봉쇄가 유지될 경우 이란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지렛대로 강력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 관계자는 "이란이 해협을 계속 틀어쥐고 있는 한, 그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이라며 "지금 상황은 전면전 직전의 위험한 균형 상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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