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공급망 위기 갈수록 심화
베트남 석유배급제·필리핀 주4일제
印·태국 ‘가스대란’ 석탄발전 풀가동
제트연료 부족에 항공편 취소國 속출
장기화땐 브랜트유 150弗선 뚫을수도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대란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1일(현지시간) 인도 첸나이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판매점에서 시민들이 가정용 LPG통을 채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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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전 세계에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각국 정부는 석유 구매량을 긴급 제한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하는 등 사실상 에너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슬로베니아는 구매 연료량 상한제를 도입했다. 로베르트 골로브 슬로베니아 총리는 전날 개인 차량의 경우 개별 주유소에서 하루 50리터, 기업과 농민 등 우선 수요처는 200리터까지 주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주유소 가격 인상 횟수를 하루 한 차례로 제한했다. 헝가리는 연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카타르 LNG시설 피격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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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발(發) LNG 공급이 사실상 열흘 내 종료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글로벌 가스 공급망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입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최대 전력 생산을 의무화하는 긴급 조항 발동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의 경우 평소 원유 수입량의 40% 이상, 액화석유가스(LPG) 수입량의 90%를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원유·가스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LPG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가스 대신 장작을 때 생활을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인도 외에도 태국 정부 역시 이달 석탄발전소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도록 지시했고, 방글라데시도 석탄 발전 비중을 크게 늘렸다. 네팔과 몰디브는 취사용 LPG 공급을 제한하고, 전기레인지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대만 역시 LNG 수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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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아끼기 위해 주 4일제를 시행하거나 휴교령을 내린 국가도 있다. 필리핀과 스리랑카는 공공기관과 학교를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베트남은 연료 배급제를 시행했다. 방글라데시는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고,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25도 이하로 낮추는 것을 금지했다. 파키스탄도 학교를 2주간 폐쇄했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제트연료(항공유) 가격에 대응해 각국 정부의 긴급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제트연료는 다른 연료보다 품질 기준이 엄격해 정유 제품 중에서도 가장 먼저 부족해지기 쉬운 연료다. 또한 특수 저장시설이 필요해 대규모 비축이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간 저장하면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장기 저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제트연료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이는 전쟁 전 가격의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실제로 항공유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는 베트남의 경우 이르면 다음달부터 제트연료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가 나왔다.
연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호주 역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항공 정상 운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어뉴질랜드는 제트연료 수급난으로 인해 1100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현재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는 세계의 에너지 동맥으로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하면서 가스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설들을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전쟁 발발 직전 걸프지역에서 출발한 마지막 LNG 운반선들이 향후 열흘이면 모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통제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이번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골드만 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장기화 할 경우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3.3% 오른 112.19달러에 마감했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문제는 단순히 아껴 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가격이 사람들이 소비를 멈출 정도로 충분히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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