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성공 전제로 공격 연기"
전쟁 비용 치솟자 부담 가중
이란 매체 "꽁무니 뺐다" 조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를 위한 공격중단을 지시하며 중동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48시간 최후통첩'과 별개로 진행된 이란과의 물밑협상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위시한 22개국 다국적 연합군의 결집 등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미국·이란 전쟁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이란과 협상 중"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이란은 지난 이틀 동안 중동에서의 적대행위를 완전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심도 있고 건설적인 대화의 분위기와 성격을 바탕으로 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격중단은 "현재 진행 중인 회담과 논의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48시간의 만료시점(한국시간 24일 오전 8시44분)을 12시간가량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강대강'으로 맞붙던 미국·이란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만약 이란이 지금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5일간의 공격중단은 물밑협상이 진전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과의 회담에 대비해 초기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집트와 카타르, 영국이 양측간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이란 매체들은 "트럼프가 또 꽁무니를 뺐다"고 조롱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즉각적이고 가혹한 대응을 하겠다는 우리의 위협에 트럼프가 꽁무니를 뺐다"고 주장했다.
■美 목표 변경 '출구 찾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당초 목표였던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잔존 핵 역량 제거는 단기간에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은 유가 안정과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로 전쟁의 목표를 슬그머니 수정하는 모양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가와 전쟁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자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은 분열하고 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쟁을) 몇주 더 계속하고 그들이 석유를 생산하는 모든 자원이 있는 하르그섬을 장악해야 한다. 이란 정권이 스스로 쇠퇴하도록 둬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주문했다. 반면 같은 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국방부의 2000억달러(약 300조원) 전쟁자금 요청을 비판하며 "당신들이 일을 만들어 놓고 다른 이들이 떠맡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호르무즈 열어라" 22개국 결집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과 동맹국들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 22개국이 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들 국가가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 필요한지, 어떻게 이를 함께 할 것인지를 진행하고, 시기가 무르익는 즉시 이를 수행해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자유로운 항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없다면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는 트럼프의 압박에 부응하기 위한 동맹국들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뤼터 사무총장은 과거 북한이 대화 중 핵 능력을 고도화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란이 미사일 능력과 함께 핵 능력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이스라엘, 지역, 유럽, 세계의 안정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선제적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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