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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4 (화)

    담화로 선 긋고 트럼프 저격… 미·일회담 불쾌감 드러낸 北 [북*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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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에 대해 공개 담화를 통해 선을 그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을 겨냥했지만, 간접적 대미 메시지도 함께 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 김여정 “일방적 의제로 마주앉을 일 없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의향에 대해 “일본이 원한다고, 결심했다고 실현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일본 수상(총리)이 우리가 인정하지도 않는 저들의 일방적 의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라면 우리 국가지도부는 만날 의향도, 마주 앉을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이 말하는 ‘일방적 의제’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자국민 17명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방북을 계기로 일시 귀환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 당시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했다. 이 중 귀환한 생존자 5명 외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애초에 입국한 사실이 없다며 더 이상 해결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은 “두 나라 수뇌들이 서로 만나려면 우선 일본이 시대착오적인 관행, 습성과 결별하겠다는 결심부터 서 있어야 한다”며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고와 실현 불가능한 아집에 포로돼있는 상대와는 마주앉아 할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담화는 최근 열린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발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지난 2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의 강화’와 ‘핵무력정책 법화’를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미·일이 비핵화와 한·미·일 연대 기조를 재확인한 데 대해 불편한 기류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본과는 ‘일방적 의제’ 해소를 전제로 한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조선신보 “마가도 트럼프에 등 돌려”

    미국을 향한 비판 메시지도 함께 발신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칼럼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안에서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많은 전문가들이 일치해 지적하고 있듯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이 더러운 전쟁을 지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란은) 자주권을 사수하고 전쟁피해 배상을 받아내며 미국을 중동에서 몰아내고 다시는 이란을 공격 못하도록 담보를 얻어내는 전략도 은(성과)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신보 보도는 북한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실명 저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인 이달 초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불법무도한 침략행위”라고 비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해 미국과의 관계를 일정하게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미국·이란전쟁 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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