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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내 인생을 망쳤어.”
“없어지고 나면 깨끗할 거야.”
10년 전 오늘인 2016년 3월 24일. 5년 전 부모에 의해 숨져 암매장된 A양(당시 4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친모 한모(36)씨의 일기 형식 메모장에는 사건의 배경이 된 편집증(망상장애)과 남편에 대한 집착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한 씨가 남긴 메모를 살펴본 결과 집착과 의심 등 편집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A양이 계부에게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이가 계부를 유혹하려는 것 아니냐는 망상에 사로잡혔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장에는 남편 증오와 가정을 파괴했다는 얘기가 많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3개월 만에 시작된 지옥...욕조에서 끝난 네 살의 삶=비극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였던 한 씨를 떠나 위탁가정과 보육원을 전전하던 A양은 네 살이던 2011년 4월 재혼한 친모와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아이에게 허락된 ‘가족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함께 살기 시작한 지 3개월. 그해 7월부터 상황은 급격히 무너졌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마다 한 씨는 그 원인을 어린 딸에게 돌렸고, 이는 곧 굶기기와 폭행 등 학대로 이어졌다. 특히 한 씨는 “아이가 계부를 유혹하려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망상에 사로잡혔다.
아내의 편집증적 행동에 안 씨 역시 A양을 멀리하게 됐다. 때로는 아내와 A양에게 손찌검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2011년 12월 21일. 비극은 파국에 이르렀다. 한 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조에 물을 받아 딸의 머리를 강제로 집어넣었고, A양은 끝내 숨을 거뒀다.
하지만 죽음 이후는 더 잔혹했다. 한 씨는 퇴근한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도 신고를 막았다. 임신 중이던 아내의 부탁에 안 씨 또한 범행 은폐에 가담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부부는 숨진 A양의 시신을 나흘간 베란다에 방치했다. 그리고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했던 12월 25일 성탄절,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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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5년 동안 부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갔다. A양을 학교에 보낼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홈스쿨링을 핑계로 이웃과 당국의 눈을 피했다. 그 사이 부부는 다른 아이를 낳고 이사를 하는 등 평범한 가족의 삶을 이어갔다.
A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실제로 입학 신청까지 했다. 하지만 입학식 이후에는 “홈스쿨링을 한다”며 학교와 주변의 접근을 차단했다. 가정 방문도 거부했다.
결국 교육당국은 A양을 정원 외 관리대상자로 지정하면서 아이에 대한 추적은 사실상 중단됐다.
◇“외가에 있다”, “고아원에 맡겼다”…전수조사가 밝혀낸 진실=완벽해 보였던 부부의 거짓말은 2016년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를 계기로 꼬리가 밟혔다. ‘인천 맨발소녀 사건’과 ‘평택 원영이 사건’ 이후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5년간 서류 속에만 존재하던 A양의 행적에 의문이 생긴 것이다.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추궁이 시작되자 계부 안씨는 “아이가 외가에 있다”, “평택 고아원에 딸을 놓고 왔다”며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센터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가 본격화된 직후인 2016년 3월 18일 오후 9시 50분쯤. 한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아이가 잘못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내용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이튿날인 3월 19일 경찰은 한 씨의 유서 내용을 토대로 안 씨를 집중 추궁했고, 그는 “5년 전 딸이 숨져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자백했다.
◇8차례 수색에도 못 찾은 아이…징역 3년의 끝=자백을 확보한 경찰은 안씨를 긴급체포한 뒤 A양의 시신을 찾기 위해 8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대규모 인력과 굴삭기는 물론, 경찰 탐지견과 지표면 투과 레이더까지 동원했지만 끝내 성과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안 씨가 거짓말을 하거나 장소를 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그는 “진천 백곡의 한 야산에 A양을 묻었다”는 진술을 끝까지 유지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송되던 날, 안 씨는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라 (아이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며 아이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다만 “퇴근하니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딸을 화장실 욕조에 가뒀는데 죽었다’고 말해 (숨진 아이를) 보자기에 싸 진천 야산에 몰래 묻었다”며 범행 가담 사실만을 인정했다.
결국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한 씨가 A양을 키울 당시 쓴 글들과 안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했다. 안 씨는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징역 3년이 선고됐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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