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연쇄 충격 불가피
정부 위기설 선 긋지만…현장은 생산 차질 ‘경고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제조업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주요 산업의 원자재·중간재 수급까지 흔들리며 연쇄 충격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 차질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불안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나프타 수급난이 에틸렌 생산 차질로 이어지며 연쇄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달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했고,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약 70%, 나프타의 54%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인 만큼 봉쇄가 길어질수록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문제는 에너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프타를 비롯해 무수암모니아, 헬륨 등 중동에서 수입되는 원자재 의존도도 높아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른 산업으로도 여파가 번지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는 철판 절단용 에틸렌 가스 재고 부족 문제로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화학·조선업계 간 협의를 통해 단기 공급 방안을 마련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언제든 공급 부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자동차 산업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에틸렌 기반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는 자동차 내·외장재 전반에 쓰이는데, 원료 공급이 흔들릴 경우 부품 생산뿐 아니라 완성차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고객사에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쟁 여파에 따른 물류 차질과 중동 수요 둔화 등 간접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부 품목의 공급 차질 우려가 있다. 헬륨이 대표적이다. 헬륨은 반도체 냉각과 플라즈마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국내 사용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한다. 주요 기업들은 최대 6개월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스크는 여전하다.
공급망 불안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수일에서 최대 3주 수준의 단기 공급 충격만으로도 전 산업 평균 생산비는 4.2%, 제조업은 5.4%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3개월 이상의 구조적 공급 충격 단계에서는 전 산업 9.4%, 제조업 11.8%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에너지 연계 산업재는 현재 분절적으로 관리되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봉쇄 심화 시 가격 충격보다 실제 생산 차질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전략 품목 지정 범위를 확대하고, 재고·계약·공급선 분산 현황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공급망 조기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과 화학업계 간 사례처럼 산업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가스 우선 배정 등 협회 차원의 공조가 이뤄진 사례가 있는 만큼 업종별 협·단체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김민서 기자 (viajeporlune@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