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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한 끼 먹고 1년을 굶는다”…비단뱀 능력에서 찾은 ‘비만치료 물질’, 인간 적용 가능성은? [헬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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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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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먹으면 몇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굶어도 버티는 비단뱀. 이 극단적인 생존 능력이 비만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먹어도 배고프지 않은 이유”…비단뱀에서 찾은 물질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와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베일러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비단뱀의 혈액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핵심 대사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인 버마비단뱀은 한 번에 자신의 체중에 맞먹는 먹이를 삼킨 뒤 수개월, 최대 1년 이상 단식이 가능하다. 식사 직후에는 심장이 약 25% 커지고 대사율이 최대 4000배까지 치솟는 등 인간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인 생리 반응을 보인다.

    연구팀은 28일간 굶긴 비단뱀에게 먹이를 먹인 뒤 혈액을 분석했고 식후 수시간 내 200종 이상의 대사물질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파라-티라민-O-황산염(pTOS)’은 최대 1000배 이상 급증하며 핵심 물질로 지목됐다. 이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며 인간 몸에도 소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약과 다르다…“부작용 줄일 가능성”
    pTOS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적 식욕 억제’다.

    동물 실험에서 이 물질은 에너지 소비나 장기 크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식욕만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비만 쥐에 투여했을 때 섭취량이 감소했고, 4주 만에 체중이 약 9% 줄었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다른 작용 방식이다. 기존 약물이 위 배출 속도를 늦춰 식욕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pTOS는 뇌 시상하부에 직접 작용해 식욕 자체를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메스꺼움이나 복통 등 기존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를 이끈 레슬리 레인완드 교수는 “부작용 없이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 물질”이라며 “인체에도 존재하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안전성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배고픔이 없다”…뱀의 또 다른 비밀
    비단뱀의 특이한 생존 전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2월 포르투대학교 연구진은 뱀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 ‘그렐린’을 만드는 유전자를 아예 갖고 있지 않거나 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Royal Society Open Biology에 게재됐다.

    즉, 비단뱀은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배고픔을 느끼는 시스템 자체’가 인간과 다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들이 결합될 경우 단순히 식욕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식욕 메커니즘 자체를 재설계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Metabolism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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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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