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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5 (수)

    “두발자유화가 두 다리 자유화?”…공교육 강화는 문해력 수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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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승센터로 전락한 학교]④낮은 문해력에 애먹는 교사들

    공부 잘한다는 국제중 학생도 '막중하다' 의미 몰라

    교사들 “단어 뜻 설명하다가 수업 끝…학습 진도 못 나가”

    문해력 저하→ 기초학력 저하 야기…”독서교육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서울의 한 국제중학교에서 도덕 과목을 가르치는 강한수(가명) 교사는 지난해 2학기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책임이 막중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어 “막중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다.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할 정도면 소위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의 의미도 몰랐던 것이다. 강 교사는 “수업 종료 후 수업 때 활용한 자료에 단어 뜻을 쓴 뒤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단어만 설명하다가 수업 시간이 끝나버린다”고 토로했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문을 담당하는 이성훈(가명) 교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교사는 지난해 2학기 고1 수업 도중 “지금은 두발자유화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두 다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머리카락을 뜻하는 ‘두발’을 ‘두 다리’로 오해해서다.

    이데일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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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문해력·어휘력 저하는 교육청 차원의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충남교육청에서 받은 ‘문해력 저하 정밀 검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월 12일부터 같은 해 7월 1일까지 관내 초등학교 97명을 대상으로 한 어휘력 시험에서 50점 이상을 맞은 초등학생은 7명(7%)에 불과했다. 관내 중학생 1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6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6명으로 4%에 그쳤고 나머지 139명은 60점 미만이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는 책은 적게 읽는 반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를 자주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이 유튜브 영상과 쇼츠 등 영상·이미지에 친숙한 대신 글자를 읽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실제 충남교육청 연구보고서에서 문해력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학생 중 78%(113명)는 ‘유튜브 쇼츠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독서를 하는 학생은 줄었다. 격년으로 시행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초·중·고 학생 2400명 중 매일 독서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7.9%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학생 중 23.1%가 매일 독서를 한다고 답했는데 이보다 5.2% 포인트 낮아졌다. 일주일에 1~2회가량 독서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34.6%에서 31.0%로 3.6%포인트 하락했다.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 학생이 감소한 것이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학생들이 국어뿐 아니라 수학, 영어 등 다른 교과를 학습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문해력이 바탕이 돼야 수학 개념이나 영어 단어의 뜻을 이해할 수 있어서다.

    교육계에선 학교 독서교육을 의무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별로 독서교육 강화 정책을 펴고 있으나 학교 내 독서교육이 의무는 아니다.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정규직 사서교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의 학교는 1만 332곳인 반면 사서교사는 1654명으로 배치율이 16%에 불과했다.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문자를 읽는 경험이 감소했다는 게 문해력 저하의 핵심 원인”이라며 “정규 교육과정에 독서교육을 의무화해 학생들의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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