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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논현논단] 청년 ‘일할 의욕’ 키워야 공동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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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계층이동 사다리 갈수록 좁아지고
    양극화로 출발 차이가 평생이어져
    보수·진보 머리맞대고 해법 찾아야


    이투데이

    부자들은 자산이 더 늘었고 빈곤층은 빚만 쌓였다. 계층 간 부의 쏠림과 소득양극화가 전례 없이 악화됐다. 필자의 어린 시절 집권 공화당의 치적에 반대하며 야당인 신민당이 단골로 내걸었던 구호가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였다. 이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닌 국가 전체의 시급하고도 주요한 과제가 됐다.

    빈부격차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원천별 소득 증가율의 차이, 돈으로 돈을 버는 재산소득이 일을 해야 돈을 버는 근로소득 증가율을 압도했다. ‘2025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재산소득은 9.8% 늘었다. 반면에 근로소득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6.1%로 전년대비 1.6%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순자산 하위 50%의 점유율은 0.7%p하락한 9.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순자산 지니계수는 역대 최고치인 0.625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를 의미한다.

    자산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변동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는 6.9% 상승했지만 지방은 1.3% 하락했다. 그런데도 서울은 공급이 절벽이고 지방은 미분양이 넘쳐나는 극단적 대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간을 좀 더 넓혀보면 서울아파트의 실질 가격은 2005년 대비 2025년 19.6%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은 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지방의 1인당 소득격차도 32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확대됐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머물러 산다면 자산의 격차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정치구호인 ‘이제는 지방시대’가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통했던 ‘개천에서 용난다’는 공식이 흐려졌고 계층이전의 사다리가 눈에 띄게 좁아졌다.

    자산의 격차는 청년층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007년 상속·증여를 받거나 대출로 집을 산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16년 뒤에도 자산 우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출발한 청년들은 나중에도 자산 하위계층에 머물러야만 했다. 열심히 일해 번 월급을 저축하는 것이 ‘부모 찬스’에서 비롯된 자산의 격차를 좁힐 수 없었다는 의미다. 사회생활 초기의 자산 차이가 생애 전 기간의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청년들의 ‘일할 의욕’은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그만큼 더 약화될 것이다.

    지난해 국회의 ‘다차원 불평등지수’ 조사결과도 자산격차의 부정적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2011년에는 소득의 격차가 불평등 지수에 가장 큰 영향(38.9%)을 끼쳤다. 자산격차는 그뒤(20.8%)였다. 그러나 2023년 조사결과로는 자산격차의 국민 불평등 기여도가 35.8%로 가장 높아 소득기여율(35.2%)을 앞질렀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자라고 마냥 즐거운 것만 아니다. 양극화의 부담은 고소득층도 피해갈 수가 없게 됐다. 2024년도에 근로소득을 신고한 2108만 명 가운데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는 684만 명으로 전체의 32.5%에 달한다. 반면 근로소득 상위 10%가 내는 비중은 71.7%에 이른다. 특히 종합소득세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세 부담의 82%를 떠안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으로 배분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국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높은 소득세 면세자 비율만큼 고소득층에 집중된 세 부담과 직결된다.

    법인세는 쏠림 현상이 더 심하다.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105만8498개) 중 법인세가 0원인 기업이 57만1293개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상위 1%의 법인은 81.8%, 상위 10%의 법인은 96.1%를 냈다. 한국 경제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줄수록 세금의 짐은 무겁게 부과된다. 면세법인이 많은 것이 그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소득은 증가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제자리걸음인 나라, 벌이는 나아져도 허한 마음은 달랠 수 없는 국민을 두고서는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남녀 간 온갖 갈등을 유발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훼손시키는 것이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이다. 진영싸움에 몰두해 사사건건 사생결단식 승부를 내려는 보수와 진보의 양대 세력이 이 과제 하나만큼은 합리적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이것이 “원조로 유지되는 거대한 난민촌”(1953년 프랑스 르피가로) 같았던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키워 낸 국민의 역량을 다시 모으는 첩경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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