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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무관심이 키우는 마음의 병…"몸만 치료한다고 끝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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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경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생명사랑대응센터장 인터뷰

    자살시도자 대다수 혼자라고 느껴…퇴원해도 충동적 자살

    복지 시스템으로 예방 가능하지만…수익성 한계로 ‘애로’

    “사업만 늘릴 게 아냐…자살 예방, 장기적 접근 필요”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손목 자해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처치는 비교적 단순하다. 찢어진 피부를 봉합하면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신체부상은 회복했지만 삶의 동기를 여전히 찾지 못하는 환자는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해서다.

    이 때문에 몇몇 의료기관 응급실에서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설치해 자살시도자의 마음까지 보듬는다. 25일 ‘생명존중의 날’을 계기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실시한 이희경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생명사랑대응센터장도 6년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희경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생명사랑대응센터장 (사진=한양대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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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자살시도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짧은 시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퇴원이후에도 최대 4차례 사후관리를 진행해 당사자의 상황에 맞춰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사후관리 사업이 없는 병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이 센터장은 강조했다. 작은 관심만으로도 자살 시도자의 상태가 호전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자살시도자들은 가족이나 지지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퇴원 이후 혼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충동적으로 자살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을 설득해 병원에 내원토록 하거나 복지 시스템을 연계해주면 자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해당 사업은 몇 년째 확장세가 미미하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설치 응급실은 2023년 88개소, 2024년 90개소에서 지난해 92개소로 집계됐다.

    자살시도자는 일반 응급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 센터장은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보호자가 없어 치료비를 받지 못하기도 하고 ‘왜 살리느냐’는 반응도 있어 선뜻 환자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센터를 설치한 병원도 어려운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응급실에서 정신과로 환자를 연계해 치료를 이어가야 하지만 수익성 문제로 일부 대형병원 정신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다.

    이 센터장은 “정신과 폐쇄병동은 다른 곳과 비교해서 공간도 인력도 훨씬 더 필요하다”며 “일반 병동처럼 5인실을 마련해 환자가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할 수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응급실과 정신과에서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구조와 인식 변화까지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구리시 자살률이 급증해 복지부와 면담을 했다”며 “정부가 자살예방정책을 단기적으로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자살률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당장 지표를 눈에 띄게 개선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라며 “무관심 속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악화하니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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