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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35억 강남 재건축 스프링클러는 없다’…불안한 주민 “미니소화기 사두려고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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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화재

    “우리집 스프링클러 없어, 이제 실감”

    “대피로 확보, 가스계 소화설비 도입해야”

    헤럴드경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 화재 현장 모습. 전날 오후 9시께 발생한 화재로 해당 가구와 그 주변 가구가 검게 그을렸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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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노후 아파트 등 스프링클러 사각지대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지만, 시설 미비로 결국 목숨을 앗아가거나 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전 건축된 건축물들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가구에서는 ‘이제라도 미니소화기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 같은 불안감이 확산하자 정부에서도 뒤늦게 나서고 있다.

    ‘또’ 노후 아파트 화재…“스프링클러 없어 불안”
    기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에는 전날 발생한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1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해당 가구의 발코니 방충망 등은 녹아내렸다. 화재로 인해 최상층인 14층까지도 검게 그을려 있었다.

    12층 복도에서는 아직 가시지 않은 탄 냄새도 났다. 화재 진화를 위해 사용됐던 소화전 호스도 여전히 널브러진 채 있었다. 냄새가 빠지도록 열어놓은 화재 가구의 복도 쪽 창문을 통해서는 검게 탄 재가 쌓인 발코니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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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 화재 현장 모습. 화재 피해 가구 앞 전날 사용한 소방 호스와 소화기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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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9시 8분께 안방 발코니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1시간 만에 완진돼 인명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총 2161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다행히 소방당국이 빠르게 불길을 잡았지만, 이번 화재는 특히 아찔한 상황이었다. 해당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불길이 크게 번질 경우 다른 가구에서 불길을 잡기 어려웠다.

    장미아파트는 1979년 입주한 강남권 대표 노후 아파트로 현재 재건축이 추진 중이다. 시세가 35억을 넘어서지만, 노후 아파트인 탓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스프링클러는 1992년 개정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 아파트에 설치가 의무화됐다.

    2018년에야 기준이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다만 해당 법령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장미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채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도 이제야 위험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장미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한 서모(64) 씨는 “지금까지는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불안하지는 않았는데, 최근 은마아파트나 여기에서 화재 발생하는 걸 보니깐 방마다 미니소화기 하나씩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 70대 김모 씨는 “지은 지 50년이니 다 낡은 아파트다”라며 “우리집도 경보기·감지기만 설치돼있다. 빨리 피하기도 어려운데 걱정스럽긴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스프링클러도 없는데, 어제 화재 안내 방송도 뒤늦게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은마·캡슐호텔·대전 공장, 화재 모두 스프링클러 無
    이처럼 최근 스프링클러 미설치 건축물에서 화재가 이어지며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대 학생이 숨졌다.

    이어 지난 14일 중구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중상을 입고 7명이 경상을 입는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 소방법 개정 전 건축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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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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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명이 목숨을 잃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대덕산업단지 안전공업 화재도 소방 시설의 미비로 피해가 컸다.

    1996년 사용 승인된 해당 화재 공장은 개정된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뿐더러 물이 닿으면 폭발 위험이 큰 나트륨이 쌓여 있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재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해당 공장은 3층 옥내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환경에 맞는 적절한 소방 방재책도 없었다. 소방 당국 조사 결과 내부 소화전과 화재경보기가 소방 방재 시설의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렵다면, 환경에 맞는 소방 방재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렵다면 대안 설비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소방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대피로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공동 주택에서 대피로에 짐을 절대 쌓아놓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소화기를 추가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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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소방 관계자들이 전날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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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대전 화재의 경우는 스프링클러처럼 설치가 가능한 ‘가스계 소화설비’를 설치해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다만 질식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방화벽 설치, 대피 훈련 등도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스프링클러 미설치 건축물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도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노후아파트 화재 안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아파트가 장기수선충담금을 활용해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보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화재 초기 진압에 도움이 되는 자동확산소화기 도입 여부와 스프링클러 소급 설치 방안 등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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