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6 (목)

    '설계의 제왕' Arm의 반란… 자체 칩 'AGI CPU' 출시로 서버 시장 정조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주경제

    새 CPU 들어보이는 르네 하스 Arm CEO [사진=Ar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일보]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절대강자 Arm(암)이 창사 36년 만에 ‘설계도만 파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떼어냈다.

    24일(현지시간) Arm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Arm AGI CPU’를 전격 출시하며 하드웨어 직접 판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겠다는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Arm은 1990년 설립 이후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설계 자산(IP)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지식재산권 중심’ 사업 모델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고 빅테크들이 자체 칩(In-house Chip)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Arm의 사업 모델에도 변화가 요구됐다.

    이번에 출시한 ‘Arm AGI CPU’는 대만 TSMC의 3나노(nm) 최첨단 공정으로 제작된다. 300W의 전력 내에서 최대 136개의 코어를 구동해 기존 인텔·AMD 등 ‘x86’ 진영의 CPU 대비 랙(Rack)당 2배 이상의 고성능·저전력 효율을 구현했다. 명칭에 포함된 ‘AGI(범용인공지능)’는 이 칩이 단순히 계산기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Arm의 파격적인 변신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메타(Meta)다. 메타는 이번 CPU의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하며 첫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메타는 자사의 자체 AI 가속기인 ‘MTIA’와 이번 CPU를 결합해 AI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픈AI, 클라우드플레어 그리고 한국의 SK텔레콤까지 초기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Arm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기존 서버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과 AMD의 ‘x86’ 진영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이미 클라우드 시장에서 ‘Arm 기반 아키텍처’가 저전력·고효율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온 상황에서 Arm이 직접 완성된 CPU를 내놓으면 기존 고객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GPU 시장을 평정한 엔비디아 역시 최근 연례 회의 ‘GTC 2026’에서 자체 CPU ‘베라(Vera)’를 공개하며 CPU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데 Arm의 이번 출시는 칩 설계 기업들이 점차 하드웨어 판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주경제

    Arm의 새 칩 'Arm AGI CPU'[사진=Ar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의 트렌드가 ‘학습’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면서 CPU의 중요성은 다시금 커지고 있다. GPU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는 ‘엔진’이라면 그 흐름을 제어하고 지휘하는 ‘지휘관’으로서 CPU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율할 수 있는 초고성능 CPU가 필수적이다.

    다만 Arm의 이러한 전략이 기존 고객사들과의 이해 상돌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설계 기반 기술을 제공하던 기업이 고객사와 직접 경쟁하는 하드웨어 판매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르네 하스 CEO는 “이해 상돌을 고려해 협상 과정에서 기권하겠다”는 등 선을 긋고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이 Arm의 기술력을 신뢰하면서도 동시에 경쟁을 경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칩플레이션 시대에 더 이상 로열티 수익에만 의존해서는 막대한 R&D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역량과 Arm의 초고성능 CPU 설계가 결합하는 등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될수록 독점적인 구조를 깨뜨릴 Arm의 행보는 시장 생태계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 전망이다.

    한편 Arm의 도약은 ‘설계 기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가 지배하는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반도체 영토’를 설계도에서 완제품으로 넓힌 Arm이 인텔과 AMD 그리고 엔비디아라는 거인들이 지배하던 서버 CPU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재관 기자 seon@kyungjeilbo.com

    -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kyungjeilbo.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