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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데스크 칼럼] 차를 묶고 값을 누른다고 에너지가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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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

    경기도 군포시청에서 관계자가 25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앞두고 차량에 안내문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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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일보] 국제 유가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정부의 대응은 익숙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차량 5부제를 꺼내 들고 에너지 가격 억제까지 검토하는 모습이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어디까지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차량 5부제는 일정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행할 경우 단기간에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행 즉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위기 대응 수단으로는 빠르게 작동한다. 도로 위 차량이 줄고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는 변화는 정책의 성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해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동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점이나 다른 방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추가 차량 보유나 이용 패턴의 변화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산업 전반의 에너지 사용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분명한 한계로 남는다. 불편이 누적될수록 정책의 지속성 역시 담보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물리적 억제 방식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격을 활용한 접근도 함께 거론된다.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신호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공급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억제된 상태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유인이 약해지고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찾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물량 부족이나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정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하나는 소비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 신호를 제약하는 방식이다. 모두 단기 대응으로는 일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반복될수록 정책이 시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대신하려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소비를 줄이려면 가격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공급을 유지하려면 시장의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정책이 시장 신호를 대신하려는 순간 수급의 균형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차를 멈추게 하고 가격을 묶는 방식은 위기 국면에서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이 방향을 바꾸는 데 쓰이지 않는다면 같은 정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정책이 단기 처방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선택이 뒤따라야 한다.
    한석진 기자 sjhan0531@kyung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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