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 우회해 경영진에 지분 되팔기 시도
경영진이 '해지' 통보하자 소송 제기
1심 "잔금 미지급 시 계약 자동해제 특약"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최누림)는 국내 한 벤처투자조합의 GP(운용사)가 스타트업 경영진 2명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에서 "경영진이 계약금과 위약벌(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금)은 부담해야 하지만, 잔금(투자원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최근 판결했다. 배상금액을 청구액의 약 7% 수준으로 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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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약 대신 '경영진 매각'…"우회 회수 노려"
이듬해 운용사는 경영진과 별도의 주식매매계약을 추가 체결했다. 경영진들이 운용사로부터 해당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내용이었다. 매매대금은 기존 투자금과 동일한 약 15억원으로, 계약금 1억원은 그해 9월말, 잔금 약 14억원은 연말 각각 지급하기로 정했다. 제3자에게 이 같은 내용이 새어나가선 안 된다는 비밀유지 조항도 계약서에 담겼다.
그런데 계약금 납부 당일 경영진은 "주식매매계약서가 기존 RCPS 계약서와 상충·배치하므로 해지를 통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운용사는 계약금과 잔금, 위약벌을 합산해 경영진 각각에게 약 9억7000만원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法 "해제권 유보 인정 시 '투자금 우회 회수' 무제한 부여하는 결과"
운용사 측은 해당 조항에 대해 "해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남겨둔 것(해제권 유보)일 뿐"이라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이 조항이 '해제할 수 있다'가 아닌 '해제한다'는 문언으로 돼 있고, 계약 체결 경위상 양측 모두 잔금 미지급 시 자동해제를 원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비밀유지 조항 등이 담긴 주식매매계약은 사실상 RCPS 투자계약을 우회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제권 유보에 대한 운용사 측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투자계약을 우회한 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한 없이 부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과잉배상의 우려까지 있어 상당히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계약금 몰취분 각 5000만원과 위약벌 각 1500만원만 인정했고, 소송 비용의 90%도 운용사 측이 부담토록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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