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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Invest&Law]벤처투자 '우회 엑시트' 제동…계약 자동해제 조항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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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계약 우회해 경영진에 지분 되팔기 시도

    경영진이 '해지' 통보하자 소송 제기

    1심 "잔금 미지급 시 계약 자동해제 특약"

    국내 벤처투자 조합 측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스타트업 경영진에게 지분을 되파는 '우회 계약'을 시도했다가, 계약 자동해제 조항을 근거로 회수에 제동이 걸린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최누림)는 국내 한 벤처투자조합의 GP(운용사)가 스타트업 경영진 2명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에서 "경영진이 계약금과 위약벌(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금)은 부담해야 하지만, 잔금(투자원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최근 판결했다. 배상금액을 청구액의 약 7% 수준으로 한정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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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계약 대신 '경영진 매각'…"우회 회수 노려"

    앞서 이 사건 운용사는 2023년 8월 고무제품 제조 스타트업에 약 15억원을 투자하며 전환상환우선주(RCPS) 1만8645주를 취득했다. 이 스타트업엔 다른 투자자들도 주주로 참여한 만큼, 주식보유 상황 변동 시 이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RCPS 계약서에 포함됐다.

    이듬해 운용사는 경영진과 별도의 주식매매계약을 추가 체결했다. 경영진들이 운용사로부터 해당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내용이었다. 매매대금은 기존 투자금과 동일한 약 15억원으로, 계약금 1억원은 그해 9월말, 잔금 약 14억원은 연말 각각 지급하기로 정했다. 제3자에게 이 같은 내용이 새어나가선 안 된다는 비밀유지 조항도 계약서에 담겼다.

    그런데 계약금 납부 당일 경영진은 "주식매매계약서가 기존 RCPS 계약서와 상충·배치하므로 해지를 통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운용사는 계약금과 잔금, 위약벌을 합산해 경영진 각각에게 약 9억7000만원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法 "해제권 유보 인정 시 '투자금 우회 회수' 무제한 부여하는 결과"

    1심은 운용사의 잔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주식매매계약 내 조항에 "잔금 미지급 시 계약은 해제한다"고 명시된 만큼, 이는 자동해제 특약이라는 판단에서다.

    운용사 측은 해당 조항에 대해 "해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남겨둔 것(해제권 유보)일 뿐"이라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이 조항이 '해제할 수 있다'가 아닌 '해제한다'는 문언으로 돼 있고, 계약 체결 경위상 양측 모두 잔금 미지급 시 자동해제를 원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비밀유지 조항 등이 담긴 주식매매계약은 사실상 RCPS 투자계약을 우회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제권 유보에 대한 운용사 측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투자계약을 우회한 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한 없이 부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과잉배상의 우려까지 있어 상당히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계약금 몰취분 각 5000만원과 위약벌 각 1500만원만 인정했고, 소송 비용의 90%도 운용사 측이 부담토록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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