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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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 3월 25일 08시 0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오며 시장의 관측이 빗나갔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3석을 무난하게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실제 주총장에서는 스윙보터들의 ‘숨은 표’가 최윤범 회장 쪽에 쏠리고 이사 선임의 당선 커트라인도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영풍·MBK 측은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수세에 몰린 듯했던 사측은 2명의 이사를 당선시키며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 최윤범 회장 측, 2명 당선되며 이사회 과반 사수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통해 5명의 이사가 최종 당선됐다. 사측에서는 최 회장이 재선임됐으며 황덕남 후보가 사외이사로 당선됐다. 영풍·MBK 측에서는 최연석 MBK파트너스 파트너와 이선숙 변호사 2명이 이사회에 진입했다. 미국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도 당선됐다.
이에 따라 직무정지 이사 4명을 제외한 실제 이사회 구도는 종전 11(고려아연)대 4(영풍·MBK)에서 8(고려아연)대 5(영풍·MBK)대 1(미국)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은 과반 우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미국 측 인사의 도움 없이도 주요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제5호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전제가 되는 정관 변경안은 부결돼, 분리선출 감사위원 1석은 공석으로 남게 됐다.
이번 정기주총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이번 표 대결에서 3석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 회장과 사측 추천 후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영풍·MBK와 미국 측 후보들에게만 표를 나눠주기로 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힘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국민연금 변심에 꼬인 계산… 최윤범 회장, 미국 쪽 인사까지 챙기려면 ‘6인안’이 유리)
산술적으로만 보면 이사 5인을 선임하는 구도에서는 영풍·MBK 측 후보 3명이 상위권에 들 가능성이 컸다. 영풍·MBK 측이 이미 44.75%의 의결권을 확보한 반면, 최 회장 측은 27.9%, 미국 측 후보는 13.45%에서 출발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라면 남은 2석은 최 회장 측과 미국 측 후보가 1석씩 나눠 가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주총 결과는 달랐다. 미국 측 맥랠런 후보가 1561만2955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최 회장(1560만8378주)과 황덕남 후보(1560만8288주)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영풍·MBK 측 최연석 후보(1548만8305주)와 이선숙 후보(1529만 1499주)가 4, 5위로 당선됐으며 영풍·MBK 측 최병일(1528만2288주) 후보와 박병욱(10만2131주) 후보는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사측과 미국 측 인사가 1~3위를 휩쓸며 선전한 반면, 영풍·MBK 연합은 2명을 각각 4, 5위로 당선시키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승부 가른 스윙보터의 ‘숨은 표’… 초박빙 경쟁에 커트라인 올라
이처럼 시장의 관측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우선 외국계 기관 등 스윙보터들의 표심이 사측에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산대로라면 이사 5인 선임 시 영풍·MBK가 3명에게 표를 효율적으로 나누면 한 후보당 약 14.92%를 득표할 수 있고, 사측은 2명에게 표를 나누면 각 13.95%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사측은 자체 후보 2명은 방어할 수 있어도 미국 측 후보까지 함께 당선시키기는 어렵고, 영풍·MBK는 3석을 노릴 수 있다는 해석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국민연금 외의 기관이나 외국인, 소액주주 등 기타 부동표가 어디로 움직일 것이라는 변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실제 주총장에서는 바로 그 나머지 표의 향방이 승부를 갈랐다. 개표 결과를 보면 회사 측과 미국 측 후보 3명은 각각 1561만2955주, 1560만8378주, 1560만8288주를 받았다. 세 사람의 표 차이가 4577주, 90주에 불과했다. 반면 영풍·MBK 측 3명은 1548만8305주, 1529만1499주, 1528만2288주를 받아 사측 3인에게 밀렸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 등 스윙보터의 표가 회사 측 2명과 미국 측 1명에게 마치 한 세트처럼 비슷한 강도로 쏠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부동표가 실제로는 사측과 미국 쪽 후보 3명을 향해 강하게 결집하면서 판세를 흔든 것이다.
당선 커트라인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았던 점도 변수였다. 이날 집중투표에서 총 누적 의결권은 9299만3444표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환산할 때 월터, 최 회장, 황덕남 후보는 모두 약 16.78~16.79%를, 최연석 후보는 16.66%, 이선숙 후보와 최병일 후보는 각각 16.44%, 16.43%를 득표했다. 실제 승부가 14%대가 아닌 16.4~16.8%대의 촘촘한 구간에서 갈린 것이다. 당선권의 문턱이 이렇게 높아졌다는 것은, 주주들의 표가 넓게 분산되지 않고 소수의 유력 후보군에만 집중됐음을 뜻한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유의미한 경쟁을 벌인 후보는 6명이었다. 박병욱 후보는 10만2131주를 얻는 데 그쳐 사실상 당선권 밖에 있었다. 주주들이 행사한 총 의결권이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표가 경쟁력 없는 후보에게 분산되지 않고 상위 6명에게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5위 당선을 위한 마지노선이 상향 조정됐다.
5명을 뽑는 선거에서 실질 후보가 7~8명으로 넓게 퍼져 있다면 커트라인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이번처럼 6명만이 치열하게 경합할 경우 5위와 6위의 경계선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번 주총에서는 결과적으로 6명의 실질적 후보가 의결권 대부분을 나눠 가진 뒤 5명만 당선되는 구도가 형성됐고, 이로 인해 마지막 합격선이 전체의 6분의 1에 육박하는 16%대 중반까지 올라간 것이다.
◇ 셈법 달랐던 ‘과소표결’… 사장될 뻔한 표 복원되며 순위 요동
여기에 외국인 전자위임 투표의 ‘과소표결’ 보정 처리 방식도 또 다른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쟁점은 외국인 주주가 행사 가능한 의결권보다 적은 수량만 시스템에 입력한 경우, 남는 표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부분이었다.
영풍·MBK 측은 예탁결제원 시스템에 입력된 의결권 수 그대로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이사 5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어떤 외국인 주주가 5배의 누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3명의 후보에게만 표를 줬다면, 입력된 3명 몫만 유효표로 보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실제로 행사한 표’만 인정하고, ‘덜 쓴 표’는 기권표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외국인 전자위임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이런 과소표결이 발생하는 만큼, 입력된 숫자만 기계적으로 볼 게 아니라 주주의 본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만약 5배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3명에게만 균등하게 표를 넣었다면, 이는 일부만 행사하려 한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전체 표를 그 3명에게 나눠주려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에 입력된 숫자만 기계적으로 계산하지 말고, 시스템에 다 반영되지 못한 의결권까지 포함해 주주가 행사할 수 있었던 전체 표를 기준으로 다시 비례 배분해 계산하자는 논리다.
이 같은 입장 차는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풍·MBK 측 주장대로라면 시스템에 덜 입력된 표는 그대로 사라지지만, 사측 주장대로라면 덜 입력된 표가 다시 살아나 특정 후보들의 득표 수에 더해진다. 결국 외국인 주주들이 일부 후보에게 몰아주려 했던 표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마지막 순위 경쟁의 또 다른 변수가 된 셈이다.
이번 고려아연 정기주총처럼 유력 후보가 소수로 압축된 초박빙 승부에서는, 사라질 뻔한 표가 살아날수록 상위권 진입에 필요한 득표 수준도 함께 높아진다. 단순히 ‘대주주가 몇 %의 지분을 쥐고 있느냐’보다 실제로 유효 집계된 표가 얼마나 많았고 그 표가 누구에게 몰렸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는 것이다.
영풍 측이 주총 현장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문제 삼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원 집계와 보정 후 집계 내역이 외부에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어느 진영이 보정 효과를 얼마나 봤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맥랠런, 최 회장, 황덕남 후보 3명이 모두 1560만표 안팎의 비슷한 득표를 기록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외국인 전자위임표 가운데 과소표결된 몫이 이들 3명에게 비슷한 비율로 다시 배분됐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과반 방어에도 커진 MBK 입김… 우군 이탈 가능성은 ‘불씨’
최 회장 측이 이번 정기주총 결과 이사회의 과반을 지키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영풍·MBK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11대 4로 기울어져있던 구도가 8대 5로 재편되며, 이사회 내 힘의 균형이 크게 변화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한화그룹이 지분을 정리한다면, 앞으로 사측의 경영권 방어 난도는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7.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을 위임하고 불참했는데,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한화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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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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