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 뽑았던 임추위원이 부하직원 격인 실무자로 채용
정관 미비 내세운 사무국 "문제없다", 내부 이사들 "정당성 상실"성토
정관 미비 내세운 사무국 "문제없다", 내부 이사들 "정당성 상실"성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부산=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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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영화제 반열에 오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핵심 실무자인 프로그래머 채용 과정에서 인사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집행위원장 선출에 관여한 영화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현직 이사가 실무 보직인 프로그래머에 채용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영화제측은 '절차상 문제없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장 뽑은 인사가 수하로…'이해충돌' 눈감은 BIFF
25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BIFF는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 공개 채용에서 현직 BIFF이사인 A씨를 최종 선발했다. A씨는 16일부터 이사직을 유지한 채 사무국으로 출근 중이다. 영화제 운영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이사가 감시 대상인 조직의 실무자로 입성한 것이다.논란의 핵심은 A씨의 과거 행보다. A씨는 지난해 신임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한석 현 집행위원장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심판'의 자격으로 BIFF수뇌부 선출에 관여한 인사가 불과 1년여 만에 그 수장의 부하 직원 격인 프로그래머로 채용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기묘한 순환 채용'이다.
BIFF의 안일한 대응도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BIFF는 A씨가 이사직을 유지한채 채용 절차를 밟는 것을 인지하고도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었다. 채용 확정 이후에야 '이해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뒤늦게 사임, 새로운 이사를 선발하는 절차를 진행중이지만, 이는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BIFF 측은 "프로그래머 지원에는 결격 사유가 없다면 응시 제한이 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적의 인사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임추위 구성에 관한 내용을 비공개라고 했다.
영화의전당. 김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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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들도 몰랐던 채용"…내부서도 터져 나온 '공정성' 회의
이를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도 성토가 터져 나온다. 한 이사는 "명문화된 금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명백한 이해충돌을 묵인하는 것은 영화제의 도덕적 자산인 투명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이사회는 영화제 운영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대부분의 이사들은 채용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다른 지원자들이 이 과정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프로그래머직의 위상과 채용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설계하고 작품 선정의 전권을 쥐는 프로그래머는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이번 채용은 '10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진행됐다. '업무 성과에 따른 연장'을 전제로 한 단기 계약은 인사권자인 집행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길들이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BIFF는 지난해에도 프로그래머 채용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위반한 채 특정 인사를 비공개 채용하려다 인사위원회가 채용 건을 부결시켜 백지화된 바 있다.
또 다른 이사는 "BIFF가 내세우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내부의 공정성 불감증 탓에 설득력을 잃을까 우려된다"며, "'적법한 절차'라는 방패 뒤에 숨은 BIFF의 인사 난맥상이 세계적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소통과 개혁을 약속했던 현 집행부가 인사와 행정의 기본 원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지난 내홍을 씻어낼 혁신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과거의 구태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 행정 절차 전반을 엄중히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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