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인천공항 입국…취재진 질문에 침묵 후 돌발 발언
한-필리핀 정상회담 요청 3주 만에 전격 송환
검찰·경찰, 마약 유통망 실체 규명·범죄수익 추적 수사 착수
정병혁 기자 = 필리핀에서 이른바 '전세계'라는 활동명으로 마약을 유통했던 박왕열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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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이날 오전 7시 16분께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팔뚝 문신이 드러나는 평상복 차림으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 수십 명의 호송 경찰 인력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수갑에 결박된 채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통과했다. 취재진이 국내 송환 소감을 비롯해 필리핀 교도소에서의 호화 생활 의혹, 텔레그램을 통한 조직원 지시 여부, 국내 마약 유통 혐의와 공범 존재, 범죄수익 암호화폐 세탁 여부, 피해자 유족에 대한 입장 등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박 씨는 시종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주변 인파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내뱉으며 돌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오전 7시 18분쯤 대기하고 있던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필리핀에서 국제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을 임시인도 받았다. 임시인도란 대한민국과 필리핀공화국 범죄인인도조약 제5조 제2항에 따라 범죄인인도 청구국(대한민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피청구국(필리핀)이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청구국에 임시로 인도하는 제도다.
박씨는 지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징역형(단기 징역 52년, 장기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황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한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브리핑에서 “(박씨는) 즉시 수사기관에 인계돼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번 송환 작전으로 확보된 박씨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현지 법원에서 받은 징역 60년은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다. 법무부는 임시인도 방식으로 박씨를 송환한 데 대해 “교도소 수감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마약 범죄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박씨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상태에서 범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 대해 “일부 시설은 수감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외부와 불법적인 접촉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3일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박씨 임시인도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한국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청·경찰청이 필리핀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한 끝에 송환을 요청한지 약 1개월 만에 박씨를 임시인도 받을 수 있었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 중앙기관으로 대검찰청·경찰청과 긴밀히 협력한 끝에 필리핀 당국에 수일 만에 박씨에 대한 임시인도를 청구했다. 청구 직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필리핀으로 출장해 프레데릭 비다 필리핀 법무부장관을 직접 면담하면서, 정성호 한국 법무부장관의 친서를 전달하고 사안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필리핀 법무부와 ‘임시인도’ 보증 조건 등을 포함해 수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한 끝에 필리핀 법무부의 신속한 임시인도 승인 결정을 이끌어냈다. 또 필리핀 섬의 지리적 특성, 공항 여건과 과거 박씨의 탈옥 전력 등을 고려해 필리핀 당국과 호송 경로 및 방법에 관하여도 사전 협의했다.
박씨의 국내 송환을 위해 법무부는 검찰, 경찰, 교정본부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호송팀(총 10명)을 편성했다. 특히, 호송팀에는 수사팀뿐만 아니라 범죄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민간 비행기에서 난동, 탈출 시도 등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교정본부에서 간호 인력, 기동순찰팀 호송관을 지원받는 등 안전한 송환에 만전을 기했다.
향후 검찰·경찰은 박씨의 국내외 공범 등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입, 유통, 판매하는 등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박씨가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취득한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박씨와 관련해 추가로 밝혀지는 범행에 대해서도 사법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검찰, 경찰 및 필리핀 당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갈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마약 등 초국가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을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엄단하고 초국가범죄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단호하고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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