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문 부산울산경남취재본부장 |
[부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5년 전, 부산 중구청청사 주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불법 주정차 단속 업무 맡은 직원에게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는 바로 최진봉 중구청장의 것이었다.
차량 번호를 알리고, 단속이 걸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는 뜻이 담긴 발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전화는 별다른 여파없이 지나갈 법한 일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관련 직원들이 "청장의 전화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다시 공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14일 오후 8시30분쯤 최진봉 중구청장이 교통과 소속 직원에게 자신의 차량이 단속되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관련 직원들은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최근 경찰 조사에서 "청장의 전화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오해나 희화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뉴스핌이 입수한 당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청장 번호도 외우기 쉬운데, 전화해도 물어보라", "청장 번호는 알고 있어야지"라는 식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 말은 명시적으로 '단속에서 제외하라'는 형식의 지시는 아니지만, 직급상 상하 관계를 고려하면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표현이다.
공직사회에서 '지시'는 반드시 문서나 명백한 명령의 형태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상사의 뉘앙스, 말투,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위치 자체가 하급자에게는 사실상의 지시로 작동한다. 바로 이 지점이, 직권남용 논란의 핵심 구조다.
문제는 사건 자체보다도, 공직자가 사적 편의를 위해 행정력을 사용한 사실을 '하소연 수준'으로 치부하는 인식이다. 최 구청장은 "무마할 의도는 없었다"며 "고향 후배에게 단속당했다는 하소연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정권을 가진 자의 '하소연'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그 말을 듣는 하급자는 자연스럽게 상급자의 감정을 '행동 지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무원 조직은 위계가 명확하고, 상급자의 뜻을 읽어내는 것이 일상인 공간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소연'이라는 표현은 책임을 희석시키는 언어 장치로 기능할 뿐이다.
중구청 청장이라는 직책은, 단지 지역 행정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며, 그만큼 언행 한마디 한마디가 곧 행정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자리다.
단 한 번의 전화가 '사소한 오해'였는지, 아니면 구조적인 권력 남용의 단면이었는지는 결국 사법적 판단으로 가려질 것이다. 다만 사법 판단이 나기 전에도, 시민의 눈에는 이미 "청장의 전화가 한 번은 단속을 막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만큼 공직자의 언행 하나가 행정 신뢰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이 던지는 가장 큰 경고다.
결국 공직의 품격은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얼마나 자제하고 투명하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하소연'처럼 부드럽게 포장된 권력의 사용, 그 이면의 예외 허용이 계속되는 한, 공정한 행정은 공식 문서 위에만 남고, 현장에서는 점점 더 퇴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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