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5 (수)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문평동 화재의 불길 앞에서, AI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쿠키뉴스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불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아침과 오후를 나누고, 평범한 일상과 재난을 가르는 것은 종종 한순간의 불꽃이다. 대전 문평동 공장 화재 소식을 들으며 많은 사람은 같은 마음을 품었을 것이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간절히 밖을 찾았을까.

    재난 뉴스는 숫자로 정리된다. 몇 시에 발생했고, 몇 명이 다쳤고, 몇 명이 구조되었는지. 그러나 실제 재난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시간, 구조 소식을 붙잡고 버티는 마음, 그리고 현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결심이 있다. 이런 큰 화재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AI가 이 화재를 진압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AI는 재난 대응에서 분명 강력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문평동 화재처럼 현장 조건이 복잡하고 위험 요소가 많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불길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립식 구조의 건물에서 불이 빠르게 번졌고, 현장에는 나트륨 약 200kg이 별도 보관돼 있어 물을 이용한 진화에 제약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폭발 위험과 건물 붕괴 우려까지 겹치며 진화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열화상 카메라와 드론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불길의 확산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구역에서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는지, 어느 벽체가 먼저 붕괴할 가능성이 높은지, 유독가스가 어떤 방향으로 퍼질지를 인간보다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또 AI는 현장 지도, 건물 설계도, 위험물 보관 정보, 바람의 방향, 소방차 진입 동선까지 한꺼번에 분석해 지금 가장 안전한 진입 경로가 어디인지, 어느 시점에 철수해야 하는지, 어떤 소화 방식이 가장 적절한지를 즉각 제안할 수 있다. 재난 현장에서 이 속도는 생명과 직결된다. AI는 아마 불을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인간보다 더 냉정하고, 더 빠를 수 있다.

    화재 현장은 인간에게 너무 가혹하다. 열기, 연기, 폭발 가능성, 시야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들어가도 괜찮을까”라는 본능적 공포가 있다. AI가 탑재된 로봇이나 무인 장비는 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연기 속으로 들어가고, 고온 구역을 통과하고, 붕괴 위험 지역을 먼저 탐색하는 일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소방대원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AI 로봇이 먼저 진입해 생존자 위치를 찾고,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폭발 가능성을 탐지한다면 분명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문평동 화재처럼 물 사용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현장에서는 AI가 위험물 반응 조건을 빠르게 계산해 어떤 소화제를 써야 하는지, 어떤 접근이 오히려 폭발을 부를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조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체한다기보다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재난은 언제나 예측 밖의 장면을 남기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규정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공포에 질린 사람은 대피 안내보다 창문을 향해 뛰어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동료를 찾으러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재난 현장에는 계산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이 있다.

    AI는 아마 가장 효율적인 구조 순서를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구조대원은 효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에 쓰러진 한 사람을 보면 계획을 바꿔서라도 달려간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의 손을 붙잡으며, 조금만 버티라고 말한다. 이 말은 구조의 기술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말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된다.

    쿠키뉴스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방관은 불을 끄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의 절망을 통과해 구조한다. 현장에서 구조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이 아니다.

    공포에 빠진 사람을 진정시키고,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을 설득하고, 동료를 잃은 이들의 붕괴를 받아내는 일까지 포함한다. 인간은 불길 앞에서 서로의 표정을 읽는다. 말을 하지 못하는 공포를 알아차리고, 눈빛으로 위급함을 판단한다. 그 판단에는 경험이 있고, 윤리가 있고, 설명되지 않는 직감이 있다.

    AI는 최적의 선택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최적이 아닌 선택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비효율 속에 생명존중의 소방관이 있다. 누군가를 먼저 살리기 위해 자신이 더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선택. 규정과 매뉴얼만으론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결심 말이다. 우리는 자꾸 인간과 AI를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정확한지로 비교하려 한다.

    그러나 재난 앞에서 더 중요한 차이는 성능이 아니라 책임이다. AI는 계산하고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의 결과를 마음으로 떠안지는 않는다. 구조에 실패했을 때의 죄책감, 한 사람을 더 구하지 못했다는 고통, 그날의 장면을 오래 품고 살아가는 몫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는다.

    문평동 화재 같은 재난 앞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AI냐 인간이냐”의 승부가 아니다.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다. 더 빨리 위험을 감지하고, 더 정확히 대피시키고, 더 안전하게 구조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미래는 AI가 인간을 밀어내는 미래가 아니라, 인간이 AI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고 인간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AI는 연기 속 길을 먼저 찾고, 인간은 그 길 끝에서 사람의 손을 잡는다.

    대전 문평동의 화재는 우리에게 기술의 필요를 다시 보여주었다. 동시에, 기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자리를 떠올리게 했다. AI는 분명 미래의 재난 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동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 말하는 일, 그 한마디에 자기 몸을 함께 걸어 넣는 일은 아직 인간의 몫이다. 불을 끄는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구하는 마음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재난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끝내 기다리게 되는 것도 완벽한 계산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손일 것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