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영풍·MBK 측 이사 추가 진입
표 대결 ‘팽팽’…외국인 주주 미행사 의결권 해석 ‘관심’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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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두 번째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이사회 의석수 격차가 줄어들고 국민연금이 최 회장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는 점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지난 24일 진행된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또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Walter Field McLallen) 후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후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기존 고려아연측 11명 대 영풍·MBK파트너스 4명 구도에서, 고려아연측 9명(크루서블JV측 포함) 대 영풍·MBK파트너스 5명 구도로 재편됐다. 최 회장 우위 구도를 유지한 가운데 이사회 의석수 차이가 다소 좁혀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기 주총 결과를 장기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51기 주주총회가 영풍·MBK 측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치러지며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전개됐다면, 이번 주총은 의결권 제한이 영풍이 보유한 10주에 그치며 실질적인 표 대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본시장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 측이 각각 제안한 안건의 찬성률이 일정하다는 점은 각각 견고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호주주 구성이 변하지 않는 한 현재 균형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표 대결 양상도 팽팽했다. 고려아연 및 우호주주 측 안건인 ▷이사 5인 선임 ▷김보영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각각 57.4%, 59.5%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반면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 ▷집행임원제도 도입 위한 정관 변경 ▷주주총회 의장 변경 위한 정관 변경 각각 47.6%, 48.1%, 50.3% 찬성표를 확보했다.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안건은 48.9%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향후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하지 않았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중립’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영풍·MBK 측 문제제기의 설득력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투자자로서 고려아연의 경영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기에 반대 대신 미행사로 ‘중립’을 지킨 것”이라며 “향후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적인 이사회 구성 변경이나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국민연금의 선택이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됐다. 집중투표제 하에서 외국인 주주의 ‘미행사 의결권’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양측이 정면충돌하면서 10분 넘게 고성이 오갔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주주들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기’ 할 수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은 외국인 주주들이 일부 이사 후보에 대해서만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미행사’한 의결권을 찬성 의사를 표시한 후보들에게 비례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에는 ‘찬성’ 여부를 밝힌 의결권만 반영됐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특정 후보에 대한 찬성 의사 표시가 있었다면 해당 후보에게만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회사가 임의로 잔여 의결권을 배분하는 것은 주주총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일단 회사 방침대로 진행하고 향후 문제가 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뒤 표결을 강행했다. 외국인 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플랫폼 시스템 한계로 전체 의결권 수보다 과소하게 반영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기존 방식으로 계산해도 이사 선임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미행사 한 의결권을 이사회가 ‘찬성’으로 대신 행사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주주 충실 의무와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등 이사로서 의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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