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1년 만 주총 등판
1.2조 송도공장 증설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자사주 4% 소각…분기 영업익 6000억 목표
지정학적 위기·안전사고 등 악재 직접 설명
중대재해사고 공식 사과…책임경영에 방점
24일 인천 송도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한 ‘제35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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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랜만에 주총 진행을 하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1년 만에 주주총회 의사봉을 직접 잡았다. 대외 지정학적 위기와 내부의 안전사고라는 안팎의 악재 속에서 창업주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주주들의 불만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24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35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정오를 넘겨 오후 12시48분까지 총 168분 동안 긴박하게 진행됐다.
서 회장이 공식적인 주총 의장으로서 성원 보고부터 안건 결의까지 회의 전반을 직접 이끈 것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서 회장은 “전 세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우리 그룹이 얼마나 받는지 대표이사보다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오늘 의장을 맡았다”며 등판 배경을 밝혔다.
▶1.2조 ‘역대급’ 시설 투자…총 생산역량 58만L=셀트리온은 이날 주총에 앞서 인천 송도 캠퍼스 내 제4·5공장 신설에 총 1조2265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투자로, 자기자본 대비 6.98%에 해당한다.
투자가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원료의약품(DS) 생산 역량은 기존 31만8000리터에서 총 58만5000리터까지 대폭 확대된다. 서 회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 위탁생산(CDMO) 시장에서 스위스 론자, 중국 CL바이오로직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 회장은 “우리 자체 제품 생산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는 CDMO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와의 CMO 계약 수주를 통해 2026년부터 즉각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설되는 공장에는 최첨단 로봇과 AI 기술이 전면 도입된다. 서 회장은 “4·5공장에는 7000만원 이하의 로봇들을 배치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고용 구조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기존 인력은 재배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4% 소각과 계단식 실적 목표 제시=셀트리온은 이날 정기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911만주를 내달 1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소각 규모는 발행 주식 총수의 약 4%에 해당하며, 보유 자사주(1234만주)의 약 74%에 달하는 물량이다. 변경상장 예정일은 오는 4월 13일이다.
이번 결정은 앞서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보상 목적으로 보유하려 했던 300만주까지 소각 대상에 포함한 결과다. 이는 지난 2024년(7013억원)과 2025년(8950억원)의 소각 물량을 합산한 규모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책임 있는 주주환원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주주총회에서는 보통주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도 확정됐다. 2억1861만주에 대한 총 배당 규모는 약 1640억원이다. 특히 이번 배당은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환에 따른 첫 비과세 배당으로 실시된다. 주주들은 배당소득세 15.4%를 면제받아 실질적인 배당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로써 셀트리온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동종 산업 내 최고 수준인 약 103%를 기록했다. 이는 회사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에서 제시한 3년 평균 목표치인 40%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향후 현금배당 규모를 중장기적으로 이익(EBITDA-CAPEX) 대비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각 후 남은 자사주 약 323만 주(26%)는 인수합병(M&A), 신기술 도입 및 개발, 시설 투자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실적에 대한 공격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서 회장은 올해 매출 목표를 5조3000억원으로 설정하고, 분기별 영업이익 목표치를 1분기 3000억원대를 시작으로 2분기 4000억원, 3분기 5000억원, 4분기 6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계단식 성장’을 약속했다. 또한 세후 이익의 3분의 1을 현금 배당하고 내년부터는 분기 배당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서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등 미국 대선 변수로 전 세계가 편할 날이 없다”면서도 “달러당 1420원, 유로당 1610원으로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짰기에 현재의 고환율 상황은 오히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무거운 사과도 이어졌다. 셀트리온은 지난 22일 송도 제2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 회장은 “지난 일요일 배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으로서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면밀히 살피면서 저와 회사에서 해야 할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70대 창업주의 ‘끝장 소통’…신뢰 회복의 신호탄=168분간 이어진 주총에서 서 회장은 고령의 나이를 언급하며 “몇 시간씩 서 있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안건 결의 후 자리에 앉아 주주들의 질문이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부 주주들의 항의에도 그는 “옛날의 소통하던 관계로 돌아가자”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주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경영진의 세대교체도 예고됐다. 판매 부문을 맡았던 김형기 대표이사가 사직함에 따라 서 회장이 당분간 판매 부문을 직접 리드할 예정이다. 기우성 대표이사 역시 증설 등 남은 소임을 마친 후 용퇴할 뜻을 밝혔다.
서 회장은 “제가 7년 더 일을 할 수 있다면 셀트리온을 글로벌 TOP 10 제약사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그때까지 개인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11년 만에 다시 잡은 의사봉은 안팎의 위기를 창업주의 손으로 직접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책임 경영’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인천=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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