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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5 (수)

    [양현상 칼럼] 전쟁의 승패는 이제 폭탄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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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상]
    AI타임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충돌은 현대전의 본질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미사일과 드론, 방공망의 대결이지만 실제 승부는 그보다 앞단에서 갈린다. 누가 먼저 탐지했는가보다, 누가 더 빨리 데이터를 해석하고 지휘관의 결심으로 연결했는가가 전장을 지배한다. 전쟁의 중심축이 '화력'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인공지능(AI)은 전장 주변부의 보조도구가 아니다. 군사작전의 핵심인 킬체인, 즉 탐지-식별-판단-타격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과거에는 위성, 정찰기, 감청 자산이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고 회의로 결론을 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AI가 실시간으로 이상 징후를 골라내고, 표적 후보를 압축하며, 적의 의도를 추정하고, 지휘관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방안을 제시한다. 전쟁에서 가장 비싼 자원인 '시간'을 AI가 줄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쪽이 아니라, 더 빨리 판단하는 쪽이 이기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무기가 똑똑해졌다는 데 있지 않다. 전쟁의 운영체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 방산의 경쟁력이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더 강하게 타격하는 플랫폼에 있었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센서·정찰·통신·지휘통제·표적화·사후평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결정 아키텍처'에 있다. 다시 말해 미래 국방의 승부처는 무기 성능표가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전투 가능한 결심으로 바꾸느냐에 있다. 많이 보는 군대가 아니라, 많이 본 것을 먼저 이해하는 군대가 이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장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가 군사작전을 움직일수록 이를 떠받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신망, 전력망은 더 이상 단순한 후방 지원시설이 아니다. 사실상의 핵심 군사 인프라다. 서버가 멈추면 분석이 멈추고, 분석이 멈추면 판단이 늦어지며, 판단이 늦어지면 요격과 타격의 시간표가 무너진다. 전투기가 떠 있고 미사일이 준비돼 있어도 판단체계가 멈추면 전장은 공백이 된다. 이제 국가안보는 전선을 지키는 일과 동시에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공급망을 지키는 일이다. 국방은 더 이상 총포 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연산 능력과 정보 인프라를 방어하는 국가 운영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이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K-방산이 지금까지는 '잘 만드는 나라'의 경쟁력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체계를 설계하는 나라'로 올라서야 한다.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짜 부가가치는 전장을 해석하고 연결하고 결심하게 만드는 운영체계에서 나온다. 레이더, 위성, 무인기, 지휘통제체계, 보안 클라우드, AI 모델 운용환경이 따로 놀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져도 전체 전력은 느려진다. 반대로 데이터 표준과 작전 소프트웨어, 실시간 분석, 보안 인프라가 하나로 묶이면 같은 장비로도 전혀 다른 전투력을 낼 수 있다. 미래 방산 수출의 본질도 결국 무기 판매에서 '결심 체계 수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방향도 분명해야 한다. 첫째, 국방 데이터를 체계별 자산이 아니라 국가적 공용 기반으로 다뤄야 한다. 데이터가 군별, 기관별, 사업별로 쪼개져 있으면 AI는 전력화될 수 없다. 둘째, 국방 조달의 문법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모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오늘의 AI는 3년 뒤 납품받는 순간 이미 뒤처질 수 있다. 셋째, 국방 클라우드와 보안 데이터센터를 전투기와 탄약만큼 중요한 핵심 전력으로 봐야 한다. GPU, 저장소, 저지연 통신, 보안 연산환경에 인색한 국가는 미래전에서 앞서갈 수 없다. 넷째, 민군 협력의 속도와 구조를 바꿔야 한다. 민간 AI 기업의 기술이 신속하게 국방 실증과 전력화로 이어지는 유연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데이터 신뢰성과 설명 가능한 AI를 핵심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느린 판단이 아니라 틀린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무기를 잘 만드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전쟁의 운영체계를 설계하는 나라로 갈 것인가. 다음 전쟁은 더 많은 화약을 가진 쪽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결심하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포탄은 공장에서 나오지만, 승리는 점점 더 서버와 알고리즘에서 먼저 만들어진다. K-방산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도 더 큰 무기만이 아니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더 견고한 인프라, 더 빠른 판단 체계다. 미래 전장의 주도권은 결국 그것을 먼저 체계로 만든 나라가 쥐게 될 것이다.

    양현상 전문위원 yhs10386@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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