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투자 재원 필요성 강조
올 하반기 美 ADR 상장 추진
“주주환원 외면” 고성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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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과 경쟁하려면 한 단계 강화된 재무건전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12조 7000억 원 수준인 순현금을 향후 100조 원 이상으로 늘려 적기에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대표(사장)가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현금 확보 의지를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초대형 인프라 투자를 위한 든든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도 주주환원 확대 대신 사내 유보금을 늘리겠다는 경영진의 계획에 일부 주주들이 강하게 쓴소리를 내며 현장에서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회사 “100조 순현금 확보”
주주 “여기가 개인회사냐”
미래 성장·환원 간 시각차
이날 주총의 최대 화두는 단연 ‘주주환원’과 ‘투자 재원 확보’ 간의 줄다리기였다. 곽 대표는 “지난해 47조 2000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구조적 수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투자 집행을 위한 재무건전성이 필수적”이라며 순현금 100조 원 이상 확보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현금 규모에 발을 맞추고 업황 사이클에 흔들림 없이 용인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적기에 집행하겠다는 논리다.주주 “여기가 개인회사냐”
미래 성장·환원 간 시각차
반면 일부 현장 주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회사가 돈을 이렇게 잘 버는데도 100조 원 이상을 쌓아두겠다고만 하고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는 부족하다”며 “상법이 개정됐는데도 대주주만을 위한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지난해 1500원의 추가 배당과 14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적 규모 대비 아쉬울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며 “반도체 업종 특성상 재무건전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과도기적 과정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 주시면 기대에 부응하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가 관리와 관련해 주주들이 요구한 ‘액면분할’에 대해서는 “현재 주가가 100만 원 수준까지 성장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거래량과 시장 전망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美 ADR 상장, 글로벌 경쟁사와
동일선상서 기업가치 평가받아
이날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주로 상장된 미국 시장에서 AI 메모리 선도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포석이다. 곽 대표는 “지난 2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모 관련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며 “발행 규모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동일선상서 기업가치 평가받아
아울러 급변하는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에 발맞춰 미국에 ‘AI 컴퍼니’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파트너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확보하고 새로운 솔루션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HBM 물량은 지난해와 동일 수준
하반기 가며 HBM4 물량 늘어날 듯
LTA는 중요도 고려해 ‘핀셋 체결’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장기공급계약(LTA)에 대한 전략도 구체화했다. 곽 대표는 HBM 출하량 전망에 대해 “올해 전체 HBM 출하량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상반기까지는 HBM3E가 주력 물량으로 나가고 하반기부터는 차세대인 HBM4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제품 믹스(Mix) 전환을 예고했다.하반기 가며 HBM4 물량 늘어날 듯
LTA는 중요도 고려해 ‘핀셋 체결’
빅테크 고객사들과의 장기공급계약(LTA)에 대해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선별 체결’ 기조를 명확히 했다. 곽 대표는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모든 고객의 LTA 요청을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고객과 관계, 수혜 가시성, 중장기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선별적으로 맺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에 상정된 주요 안건들은 모두 80~90%대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원안대로 통과됐다. 제78기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을 비롯해 차선용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정덕균·김정원·최강국)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150억 원 및 주식 3만 주) 등이 가결됐다. 감액 배당 등 주주환원 효과 극대화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회사의 자본준비금 8조 7172억 원 중 4조 836억 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도 승인됐다.
SK하이닉스가 월가로 가는 진짜 이유! 주주들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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