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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현실화하는 ‘전세 절벽’…바깥부터 말라간다 [코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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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주택자들 외곽부터 매물 정리

    강북·중랑·금천구는 70개도 안돼

    전세 사기 여파에 ‘월세 전환’도 가속화

    갱신권 적극 행사로 매물 줄어들기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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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건을 돌파하며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반면 전세 매물은 반대로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강북구와 중랑구·금천구 등은 전세 매물이 70건도 채 되지 않으면서 ‘전세절벽’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7000여 건으로 1년 전보다 1만 건 이상 줄었다. 전세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연초(2만 3060건)와 비교해도 26.3% 감소해 사실상 매일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전월세 매물을 구할 수 있었던 강북·중랑·노원·금천·구로 등 서울 외곽의 전세 매물은 올해 초 대비 55~68%씩 줄어드는 등 반 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매매 물건은 5만 7001건에서 7만 9553건으로 39.5%가 늘었는데 집주인들이 집을 팔수록 전세는 줄어드는 반비례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 강북구에서는 ‘전세절벽’이라는 단어가 실감나는 분위기다. 미아뉴타운 내에 위치한 3830가구의 대단지 SK북한산시티에서 이날 거래할 수 있는 전월세 매물은 고작 네 건이다. 전세를 얻으려면 전용 59㎡와 전용 114㎡ 대형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고 만약 전용 84㎡에 살고 싶다면 월세 계약을 맺어야 한다. 비슷한 입지의 옆 단지로 눈을 돌려보지만 1370가구의 아파트 두산위브트레지움에는 전월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근처의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1330가구)에는 월세 매물이 한 건, 삼각산아이원(1344가구)에는 전세 매물이 딱 한 건 씩이다. 8000여 가구에 이르는 이 대규모 주거타운에서 전월세 매물이 10건도 채 안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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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물량이 급감하는 배경은 그야말로 복합적이다. 우선 ‘월세 전환 트렌드’가 거론된다. 전세 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은 높은 보증금을 맡기기 부담스러워졌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도 고금리 환경과 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전세의 매력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 6.27 대책 이후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사실상 막히며 굳이 전세를 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실제 서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율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에 계약된 서울 전월세 8만 1002건 중 월세가 5만 8224건을 차지해 71.9%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매도세가 강남3구 대비 서울 외곽에서 더욱 거세게 불고 있는 것과 고금리·공사비 급증 여파로 서울 외곽의 신규 공급이 크게 부족한 현상이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외곽에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지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사실상 민간임대 공급자 역할을 했는데, 집을 내놓게 되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노시태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역시 “기본적으로는 서울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전월세 공급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줬다”며 “또 지금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들이 매수하고 있다보니 매매 거래가 임대 매물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기존에 임차하던 집에 눌러앉는 것도 전세 대란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기준 3월 전세 계약은 6104건이었는데 이중 갱신 계약이 3219건으로 전체의 52.74%를 차지했다. 전세 갱신 계약 비율은 전월 52.6%로 2022년 이후 처음 50%를 넘었는데 이달에도 그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강북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이 전세 매물이 나올 시기가 아니기도 하지만 전세가가 많이 오르고 매물이 적으면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많이 썼고, 그래서인지 예년보다 전세가 많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의 전세 매물은 1만 1249건으로 서울 전체의 66%를 차지하는 등 물량이 여유로운 편이다. 강남구(4978건)·서초구(3596건)·송파구(2675건)에 달해 새학기 이사 시즌이 끝난 후 물량이 오히려 소폭 늘어나기도 했다. 강북·중랑·금천·노원구 등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지지부진해 신규 입주 물량 자체가 거의 없었던 반면 강남 3구에서는 최근까지도 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지며 공급이 꾸준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매도 압박이 강한 가운데 강남권 고가 주택은 급매로 내놔도 매수자가 많지 않아 그냥 전세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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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가 끌고 공급부족이 밀며 만든 ‘멸종위기전세’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박지우 기자 ji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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