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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횡설수설/이진영]첫발 뗀 통합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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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정든 집이 보약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 친숙한 동네와 손때 묻은 집은 명약이 대신할 수 없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노인 10명 중 8명은 집에서 생애 말기를 보내고 싶어 한다. 선진국 노인 복지정책의 핵심 목표도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IP·Aging In Place)’다. 그래야 건강하고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고 병원이나 요양원 신세를 질 때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고 한다. 27일부터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한국판 AIP를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는 아프면 병원 가고, 거동이 불편하면 장기요양등급 받아 요양보호사 부르고, 돌봄 서비스는 구청이나 복지관에 따로 신청해야 했다. 그런데 통합돌봄이 시행되면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하면 전문가가 방문해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한 후 방문 진료, 주거 개조, 목욕 지원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원은 중앙과 지방 정부 예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에서 충당하고, 사용자가 내는 비용은 서비스 종류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본격 도입에 앞서 시행된 시범사업의 효과는 고무적이다. 통합돌봄 서비스 이용자의 연간 의료비와 장기요양비 지출이 1인당 평균 282만 원 감소했다. 요양병원 입원율과 요양시설 입소율도 낮아졌다.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이 줄고, 안전 손잡이 등을 설치해 낙상 사고를 예방하고, 정기적인 방문간호와 투약 관리를 한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범사업에서만 결과가 좋게 나오는 ‘파일럿 편향’은 경계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집집마다 찾아다닐 경우 병원이나 시설에 수용해 적은 인력으로 관리할 때보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통합돌봄을 해준다 해놓고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서비스가 부실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에 전가된다. 개별적인 요구에 맞추기보다 정해진 서비스 메뉴에 끼워 넣는 행정편의주의로 흐를 위험도 있다. 한국보다 앞서 통합돌봄을 시행한 일본이 20년간 겪어온 일이다.

    ▷지역 간 자원 격차가 통합돌봄의 격차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통합돌봄을 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명씩은 있어야 하지만 의료취약지역은 공중보건의도 없는 곳이 태반이다. 최소한의 서비스도 제공하기 어려운 곳부터 챙겨야 한다. 이해관계와 돈주머니가 제각각인 여러 조직들이 수요자 중심의 통합 서비스에 기여할수록 이득을 보는 보상 시스템도 필요하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노년기 삶의 질이 달라진다면 통합돌봄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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