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부장. |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2차 이전 대상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약 350개 공공기관이고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대규모 인력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순한 기관 재배치를 넘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인구 이동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과거 1차 이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거대한 이동’을 감당할 ‘삶의 기반’이 준비돼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각종 정착 지원과 주거 대책을 중심으로 이전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차관이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이전 대상 노조가 해수부처럼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차피 이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원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지금 논의되는 ‘지원’의 대부분이 사실상 주택과 정착금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집을 구해주고 이사 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
이미 1차 이전 지역에서 드러난 현실은 냉혹하다. 정부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조차 전문 치료를 위해 타 지역 병원을 찾는 일이 여전히 벌어진다. 얼마 전 만난 대전청사 과장급 공무원은 담석 제거 수술을 위해 아산에 있는 순천향대병원까지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세종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하며 일정 부분 의료 공백을 메웠지만 어린이 응급진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다. 어린이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대전까지 이송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이 ‘소재하고 있다’는 것과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진 셈이다. 이런 사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가 단순한 체감 수준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교육 문제는 더 어렵다. 세종시는 초등 교육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지만 중·고등학교 단계로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학부모들은 결국 교육환경이 좋은 서울이나 대전 등으로 자녀를 보내는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단순한 교육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분리, 이른바 ‘기러기 가족’ 문제로 이어지며 정주 여건 자체를 흔든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은 ‘건물을 옮기는 정책’이 아니라 ‘삶을 옮기는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의 접근은 여전히 ‘이사 비용’에 머물러 있다. 주거 지원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교육과 의료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금을 쏟아부어도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2차 지방이전이 성공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관 이전과 동시에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패키지로 구축하고 광역 단위 교육체계를 재설계하는 ‘선 인프라 후 이전’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단순히 학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투기를 막는 대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1차 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와 이전 지역의 주택 공급이 전국 단위 청약으로 이뤄지면서 실거주 의사가 없는 외지 수요까지 유입되는 ‘전국적 투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작 이전 대상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주택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거주자 중심 공급 원칙을 확립하고 의무 거주 요건 강화, 전매 제한 등 보다 강력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주택 지원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누가 살 것인가’에 대한 답부터 분명해야 한다.
[이투데이/세종=곽도흔 기자 (sogoo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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