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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소송으로 얼룩진 K-방산, 그 뒤엔 갈짓자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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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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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국내 방산 사업 간 소송전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기업 간 이해충돌을 넘어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위사업청의 불명확한 평가 기준과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으로 사업자 선정부터 제재 처분, 사후 정산에 이르는 단계별로 소송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로 입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소송을 이어온 사업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이 꼽힌다. KDDX 사업은 군사기밀 유출 여부와 입찰 참가 자격, 사업자 선정 절차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법정 공방으로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현재 KDDX 사업은 과거의 법정 공방을 마무리 짓고 다시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전례 없는 입찰 행보를 밟고 있다. 함정 건조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이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는 수의계약이 관행으로 여겨진다. 사업의 연속성과 기술·보안상의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번 입찰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과정으로 이미 기존 절차와 예측 가능성이 깨진 채로 출발했다. 이는 방사청과 업체 모두에게 전례가 없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절차적 불확실성과 평가 기준의 여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방산 업체는 기본설계 과정에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를 예상해 신기술 공법과 건조 및 제작 방식 등을 반영한다. 다만 기본설계 결과물은 국가 소유로 귀속된다. 이 가운데 사업공고 절차인 제안요청서(RFP) 배포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의 여지가 생겼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RFP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어, 방사청에 이를 제외하고 한화오션에 공개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방사청은 이미 사업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계획대로 자료를 배부했고, 추후 법원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설계 결과에 대한 소유권은 방사청에 있어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법적 책임을 묻기가 모호한 상황"이라면서도 "원래대로라면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온 뒤 자료를 보내는 게 정당한 절차이나, 가처분 심사 중 일정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추가 분쟁의 여지를 준 것과 다름없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기상위성 천리안 5호 사업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평가 기준의 명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선정 결과에 불복해 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 국책 사업이 연달아 법원 판단을 받게 되면서 행정 판단만으로 분쟁을 정리하지 못한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는 모습이다.

    계약 이후 단계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 해상초계기 사업과 한화오션의 잠수함 납품 지연을 둘러싼 지체상금 분쟁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다. 사실상 방산 사업은 전 과정이 분쟁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방산 사업의 입찰은 행정으로 시작해 법원에서 끝맺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입찰 탈락과 제재 처분, 대금 분쟁 등 전 과정이 소송으로 번지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방산 입찰 사업의 구조적 악순환은 국가적 손실로도 직결된다.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 불필요한 비용 증가는 물론, 행정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지는 수순이다. 더욱이 기업 간 갈등 심화와 소모적인 경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내부 전투에 투입돼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실제 재정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2021년부터 약 5년간 민사·행정 소송 80건에서 패소해 총 6130억원을 지급했다. 확정판결 중 패소율은 29.5%다. 이 기간 민간 로펌과 정부법무공단에 지급한 수임료는 약 23억원이다. 패소 금액이 가장 큰 소송은 대한항공의 해상초계기 지체상금 관련 소송으로 517억원을 배상했다.

    국내 방산 수출은 '원팀 코리아' 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추세다. 지난 2024년 호주의 10조원 규모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자 입찰에 참여했다가 일본·독일 등 국가 단일팀에 밀려 패배한 전례가 원팀 결성의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그러나 K-방산 원팀 기조와 달리 국내에서는 소송 리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기준의 명확화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분쟁 조정 시스템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가 내부 법정 다툼을 지속하는 한 K-방산의 성장세 역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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