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삼성 신제윤 이어 SK도 前 금융위원장
HBM 투자 등 兆단위 자본 조달 총력
보조금·규제 얽힌 ‘쩐의 전쟁’ 대응 나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의 이사회 의장을 모두 금융위원장 출신 전직 관료가 맡게 됐다.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수십 조, 수백 조 원 단위의 자금 조달과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이 필수적인 ‘자본·외교전’ 성격을 띠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 신임 의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제8대 금융위원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정통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행시 24회 수석 출신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두 곳의 이사회를 전직 금융 수장들이 나란히 이끌게 됐다.
자금 조달 필요성은 커지는데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날로 커져
금리 0.1%차에 사활 걸게 돼
양사가 금융 관료를 이사회 수장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급증하는 투자금 조달과 복잡해진 글로벌 정책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단 0.1%의 금리라도 낮춰 자금을 조달하는 재무 역량이 곧 기업의 원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국책은행 등을 통한 정책금융 활용 등 정치·외교적 변수도 커졌다. 자본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른 이유다.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날로 커져
금리 0.1%차에 사활 걸게 돼
실제 양사는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자본 확충과 투자 집행을 앞두고 있다. 당장 외부 자금 수혈이 시급한 SK하이닉스는 ‘현금 확보’를 지상 과제로 내세웠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는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조 7000억 원 수준인 순현금을 중장기적으로 100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비용(600조 원)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하닉 순현금 100조 방파제
기술 격차 유지에 양산 경쟁도
美 ADR 상장 통해 자금 유치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카드를 꺼내 들어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 확보를 추진 중이다. 최근 12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지 한 달여 만에 지분 희석을 동반하는 신주 발행을 추진하게 된 만큼, 시장을 설득하고 최적의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신임 이사회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 대출 등 저금리 조달 창구를 다각화하는 전략적 판단도 요구되는 시점이다.기술 격차 유지에 양산 경쟁도
美 ADR 상장 통해 자금 유치
삼성전자 지난해 순현금 100.6조
올 시설·R&D 110조 전년比 22% ↑
로봇 등 대형 M&A 가능성도 솔솔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올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전년 대비 22% 늘어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10조 원을 쏟아붓는다. 확보한 자금은 당장 평택 캠퍼스 P4·P5 공장 건설과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규 라인 등 선행 투자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주력인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해 첨단 로봇과 의료기술(메드텍),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조 단위 대형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기준 순현금 100조 6100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00조 원 대를 회복했지만 전례 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감당하기엔 이조차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올 시설·R&D 110조 전년比 22% ↑
로봇 등 대형 M&A 가능성도 솔솔
업계 관계자는 “이제 반도체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환율, 금리, 대규모 자금 조달, 지정학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전직 금융 수장들의 등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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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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