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 발전소 파괴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월요일 오후 8시까지 열흘간 중단한다"며 "가짜 뉴스 매체와 다른 이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으나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고 아주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3일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27일까지 5일간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추가 연장은 그 시한 만료 하루 전에 이뤄진 것으로 협상 국면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을 향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는 이란 석유 통제권 장악 가능성도 언급했다. 취재진이 이란 석유 통제권 장악을 검토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사례를 거론하며 "베네수엘라와 협력해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했다. 연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송하고 원유 이권에 직접 개입한 방식을 이란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란을 향한 합의 압박도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합의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계속된 맹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그들은 형편없는 전사들이지만 대단한 협상가이고 합의 마련을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너무 늦기 전에 곧바로 진지해지는 게 낫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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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8.01달러로 전장보다 5.8% 상승했다.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도 배럴당 94.48달러로 전장보다 4.2% 올랐다.
시장에서는 협상을 통한 해결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동 전쟁이 재차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유가 반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마타도어 이코노믹스의 팀 스나이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에서 나오는 소식의 신뢰성을 둘러싼 혼란과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자본 보전을 위해 다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4월 6일'이라는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전 6주 차에 해당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전쟁 기간인 '4~6주'의 종료 시기에 맞닿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애초 설정한 기간에 맞춰 이란 전쟁을 끝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지휘를 이유로 미뤘던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5월 14~15일로 확정해 재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4월 종전'이 이뤄진다면 5월 방중 전까지 이란 문제를 일단락 짓겠다는 계획이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부정적 여론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 압박도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최근 국제 유가 흐름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상승하진 않았다"고 언급했는데, 유가 부담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애써 낮추려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이란에 15개 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며 "죽음과 파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시점이라는 것을 이란에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합의 조건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도 거듭 못 박았다.
한편 이란 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먼저 이란 타스님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침략 및 테러 행위의 즉각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 여건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 조건을 전달하고 미국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 정부는 "미국의 협상 진행 주장은 기만 공작"이라며 협상 자체를 공식 부인했다.
다만 이란이 이틀 전 유조선 10척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의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 측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대상 공격의 추가 유예가 이란에 대한 모든 공격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 만큼, 지상전 등 결정적 공격을 가하기 앞선 연막 작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이란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한 군사작전 채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후의 일격'을 포함한 여러 군사 옵션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전에서 지휘해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이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유예 조치를 둘러싸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 만료 하루 전에 재차 연장을 선언한 것 자체가 외교적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란도 15개 항 종전안에 답변을 전달하는 등 협상 채널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종전 조건에 대한 입장 차가 현격하고 상호 신뢰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열흘의 협상 시간을 더한 것이 협상 타결에 청신호를 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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