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공군의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모형을 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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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을 향해 “나토에 크게 실망했다. 기억하겠다(we’re going to remember!)”며 재차 경고했다.
이날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종전 협정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다가 화살을 나토에 돌렸다. 그는 “나토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건 나토에 대한 시험(a test for NATO)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함을 가져와 총격 받는 사람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안 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몇몇 동맹국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 개입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며 “하지만 전쟁이 시작될 때, 혹은 시작되기 전부터 개입했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 중 특히 영국, 호주, 독일을 콕 찝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충격적인 일을 했다. 가장 긴 유대를 갖고 있는데도 우리를 돕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영국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하기 전 항공모함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에 비해 장난감(toys) 수준인 항공모함을 ‘전쟁이 다 끝나면 보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미 이겼으니까 필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 대해서도 “호주도 훌륭하지 않았다. 호주 때문에 좀 놀랐다”며 “중동의 5개국을 제외하면 누구도 훌륭했다고 하지 않겠다. 우리는 그다지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독일에 대한 압박 발언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수장이 ‘이것(이란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한 걸 들었을 때, 나는 ‘음, 우크라이나도 우리 전쟁이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이라며 “아주 부적절한 말이었지만 그는 해버리더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들린다.
앞서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분명히 해두겠다.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겨냥한 셈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토가 대이란 군사작전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나토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이 아주 중요한 순간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동맹국들을 향한 불만을 거듭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겨냥해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가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돌연 선언하는 등 여러 차례 번복하고 있다.
앞서 그는 14일부터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호위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이 참여를 거부하거나 즉답을 피하자 그는 17일 “우리는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며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튿날인 18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만약 우리가 테러 국가 이란의 잔재를 완전히 제거해 버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책임을 이를 이용하는 국가들이 지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으로 실질적 이익을 얻는 동맹국들이 해협 통항 재개 및 관리를 위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필요가 없다”며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많은 나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니, 그들이 좀 관여해야 할 것”이라며 재차 파견을 요청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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