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문화부 차장
그러나 설 연휴를 지나며 반전이 일어났다. ‘왕과 사는 남자’는 ‘휴민트’를 크게 제치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영화가 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간 관객 수가 1억 명으로 반 토막 나는 등 관객이 좀처럼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다. 이러한 전망이 무색하게 ‘왕과 사는 남자’는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1위 ‘명량(1761만 명)’마저 넘보고 있다.
예상을 깬 ‘왕과 사는 남자’의 기록적인 흥행은 기존 영화 성공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특히 나약하고 수동적인 왕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단종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낸 점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았던 단종의 유배 생활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며 단종을 지키려 했던 엄흥도를 비롯해 백성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강조한 점 역시 커다란 감동을 줬다.
‘왕과 사는 남자’는 관객이 원하는 감동과 감성 포인트를 정확하게 파고들며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새롭게 제시했다.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간 상황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객은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공감하고 공유할 가치와 감동이 있다면 기꺼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줬다. 결국 관객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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