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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8 (토)

    호르무즈는 늪이었다…트럼프 이란전쟁 ‘3대 오판’ 분석[글로벌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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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USA-TRUM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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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메네이 사후 더 거센 저항
    걸프국 공격하며 전선 확대


    2~3일이면 끝난다던 전쟁이 4~5주로 늘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내가 끝내고 싶을 때 언제든 전쟁은 끝난다”고 말이 바뀐다. 공격유예 시한은 닷새에서 열흘이 또 추가됐다. 대이란 전쟁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결국 깨닫게 됐다. 그가 당초 생각했던 구상에서 이 전쟁은 이미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공습 첫날 작전에서 이란 최고지도자가 한번에 제거되고 인공지능(AI)이 설계한 대로 추가 공습이 착착 이뤄질 때만 해도 이번 전쟁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왜 대이란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것일까. 개전 한달을 맞은 28일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오판했는지 세가지로 정리해봤다.

    ●전쟁은 ‘체스 게임’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군사력을 파괴하는 동시에 ‘최고지도자 제거’를 통해 전쟁이 빠르게 끝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스라엘 측도 외부의 군사적 압박과 내부의 통제력 상실로 인해 이란이 수주 안에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란은 오히려 강경파를 중심으로 결집했고, 아버지보다 더 강경한 ‘아들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옹립하며 저항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신정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왕을 죽이면 끝나는 ‘체스 게임’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이란 신정체제는 최고지도자가 제거돼도 체제가 스스로 지도자를 다시 재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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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AN-ISRAEL-US-WAR -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의 장례 행렬에 모인 이란 국민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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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내부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기대와 달리 이란 민중은 지도자의 사망을 ‘순교’로 받아들이며 대미 결집이 오히려 강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사망했지만, 더욱 대담해진 신정체제가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다”며 “이슬람 혁명수비대와 지난 1월 수천명의 시위대를 살해한 민병대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걸프국을 칠 줄은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간과했던 이란의 또다른 전략은 바로 주변 걸프국가로의 확전이었다. 미국의 막강한 화력에 맞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이란은 그 대신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의 유전·항구·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하며 중동 전역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미 정보당국은 당초 이란의 걸프국 공격 시나리오를 트럼프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케네디센터 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이 중동의 다른 나라들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고 오판을 인정했다.

    트럼프로서는 전시 초기 사실상 대부분 전력을 잃은 이란이 걸프 국가를 공격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분석도 있다. 걸프 국가를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란에게 ‘자해’나 다름없는 행동이라고 봤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봉쇄 카드로
    전세계 고유가 전쟁 빠져


    하지만 걸프국을 대신 때린 이란의 ‘화풀이 전략’은 유효했다. 걸프국가들은 참전에 따른 후과가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뜻 전쟁에 적극 개입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 카드’에도 선뜻 적극적이지 않았다.

    ●호르무즈는 해협이 아닌 ‘늪’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략적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당초 공습에 앞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지난해 ‘12일 전쟁’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당시 전선은 호르무즈로까지 번지지 않고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도 12일 전쟁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에게는 ‘최상의 카드’가 됐다. 해상에서 공격을 받아 불타는 유조선의 모습이 보도될 때마다 유가는 요동쳤고,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사이 전세계 국가들은 ‘고유가와 전쟁’에 빠지게 됐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재래식 전력을 괴멸했지만, 혼란을 조장할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5년간의 관계를 이어오며 유가 급등과 증시 하락이 트럼프에게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페르시아만 해협은 이란이 비대칭적 우위를 어떻게 확보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조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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