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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9 (일)

    "입양 아동 물량·소진" 예비 부모 경악케 한 담당 직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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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공적입양관리체계' 전환 후 입양 0건

    관련 간담회서 아동권리보장원 "물량·소진"

    "조사 완료된 가정 건수 그렇게 표현" 해명

    지금 이렇게 입양이 안 되는 이유는...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아동권리보장원 한 간부가 입양을 원하는 예비 부모들의 간담회가 열린 자리에서 입양 희망 부모와 아동을 두고 “물량·소진”이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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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보장원 한 간부가 입양 희망 부모와 아동을 두고 "물량소진"이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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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SBS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회에서 아동 입양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간부들과 입양을 원하는 예비 부모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던 입양은 지난해 7월 입양 체계가 절차 전 과정과 기록물 보존을 국가 및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공적입양관리체계로 전환됐다. 그런데 이후 8개월 간 단 한 건의 입양 승인도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 부모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입양 심사 횟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하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동권리보장원 간부 A씨가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면 물량을 조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한 것이다.

    예비 부모 측이 “물량? 물량이 뭐예요?”라며 “지금 부모하고 아이의 수를 물량이라고 표현하신 거예요?”라고 따져 묻자 A씨는 그제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죄송하다. 지금 가정조사가 완료돼서 올라온 예비 양부모님들의 가정 건수를 (그렇게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망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뒤 이 간부는 입양 아동이 새 가정을 찾는 과정을 설명하며 “소진”이라는 표현도 썼다.

    A씨는 “당장은 가정 조사가 완료된 부모님 풀이 별로 없다”며 “(아동) 100명이 소진이 되고 나면 대기 부모님들은 훨씬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한 예비 부모는 매체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사무실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라며 “‘물량’에 이어서 (‘소진’까지) 정말로 아동하고 부모를 이렇게 짐짝처럼 생각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A씨는 “입양에 앞서 가정 조사가 이뤄진 통계 건수를 ‘물량’이라고 표현했을 뿐 부모와 아동을 절대 물건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예비 부모들은 이 같은 발언이 입양 실무 책임자의 반인권적 인식을 보여준다며, 아동권리보장원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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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보장원 한 간부가 입양 희망 부모와 아동을 두고 "물량소진"이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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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입양 승인 건수는 국내 102건, 해외 24건 등 총 126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찍었다. 126건마저도 공적입양관리체계 도입 이전 진행된 사례다. 2026년 3월 기준 입양 대상 아동 279명이 시설·위탁가정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입양을 원하는 예비 양부모는 585가정으로 취합됐다.

    그럼에도 입양 절차가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꼽히는데 김 의원은 “정부가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입양기관이 70여 년간 수행해 온 업무를 섣불리 개편하면서 생긴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정부 측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입양정책위원회’를 꾸려 예비 양부모 자격을 심의하는 등 자격 검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제도 초기 신청이 몰린 데다 절차가 늘어나면서 대기 기간이 전보다 현저히 길어졌다.

    이에 아동 시설 관계자들은 “영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돌만 지나도 입양 기회가 희박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정부가 입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간 전문가와 적극적인 협력”과 “예비 입양 부모가 요건을 갖춘 경우 신속히 아동과 결연을 진행하고, 이후 가정법원 허가 절차에서 양육 태도와 환경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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