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특수 제작한 휴대용 스트리트뷰 촬영장비 '트렉커'. 내장된 15대의 카메라가 2.5초마다 동시 촬영된다. |
30일 구글이 공개한 제주 세계문화유산 '거문오름' 360도 입체 파노라마 사진. 마우스로 움직이면 마치 그 현장에서 걸어가며 보듯 앞뒤좌우 주변 경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구글 맵,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트리트뷰 영상과 동일하다. 보통 이들 스트리트뷰 영상은 주로 365도 파노라마 사진 촬영 장비를 탑재한 특수 차량으로 촬영한다. 그렇다면 차량 진입이 어려운 거문오름 산책로는 어떻게 촬영했을까.
비밀은 구글이 특수 제작한 '트렉커(Trekker)'에 있다. 트랙커는 사람이 등에 매고 365도 입체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휴대용 영상촬영 장비다. 지난 29일 기자가 '트렉커'를 직접 메고 거문오름 산책로를 촬영해봤다.
◇카메라 15대가 2.5초마다 동시촬영
군용 무전기처럼 생긴 이 장비에는 동그란 축구공 모양의 촬영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 안에는 촬영된 위치를 자동 저장되는 GPS 수신기와 함께 500만 화소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15대가 내장돼 있다. 이 장비는 촬영자의 안드로이드폰과 연결돼, 배낭처럼 장비를 등에 맨 채 손안의 안드로이드폰으로 메뉴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체 장비 무게는 18kg. 배터리가 2개씩 탑재돼 있어 제법 묵직하다. 장비를 메고 평지를 걸을 때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산길을 오를 때는 그 무게감에 땀이 뻘뻘 날 정도다.
촬영 장비를 작동한 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2.5초당 1번꼴로 15대의 카메라가 동시 촬영된다. 이렇게 동시 촬영된 이미지 덕에 구글 맵에서 한 지점을 마우스로 클릭할 경우, 좌우 365도 입체 파노라마 영상을 볼 수 있는 원리다.
구글 트랙커로 촬영돼 제작된 구글 스트리트뷰 영상. 마우스로 좌우 365도 돌리면 마치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다. |
특별한 조작도 필요없다. 손안의 안드로이폰에서 촬영장비가 정상 작동되는 지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나 나뭇가지를 피해 어깨를 숙일 경우에는 흔들린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동행한 구글의 울프 스피처 스트리트뷰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보정해주기 때문에 걱정 없다"며 "이 장비를 낙타에 싣고 사막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장비에 탑재된 SSD 저장장치 저장장치에 기록된다. 촬영된 영상 데이터들은 구글 본사의 스트리트뷰 전담팀에 보내져 구글 맵이나 구글 스페셜 컬렉션 용도으로 제작된다.
이 날 구글이 전격 오픈한 거문오름,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 제주 자연문화 유산 스트리트뷰 영상은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촬영됐다. 차량이 올라갈 수 없는 산책로의 경우, 구글 직원들이 올초부터 직접 '트렉커'를 메고 촬영했다. 만장굴 역시 장비를 메고 들어가 촬영했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마치 현장에서 직접 굴속을 체험하듯 동굴 안 곳곳을 볼 수 있다.
스피처 매니저는 "이 장비는 구글 직원이 직접 찍지만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협력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조건에 따라 보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기 위해서라는 귀띔이다.
◇"대리체험, 그 이상의 가치는 현재의 기록"
구글은 전세계 자연문화 유산과 역사적 기록물을 디지털화해 기록, 공유하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미 60여개국 550여곳의 자연문화 유산과 각종 역사적 소장품들이 구글 디지털 전시관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해녀박물관 등의 소장품과 함께 스트리트뷰로 촬영된 제주 자연문화 유산의 생생한 파노라마 스트리트뷰 사진도 30일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됐다.
스피처 매니저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유적을 답사하기 전 365도 입체 거리 이미지로 사전 여행계획을 미리 준비하거나 가보지 않더라도 직접 문화를 알고 싶을 때 유용할 것"이라며 "이보다는 현재의 역사적 문화적 상태를 충실히 디지털 기록으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제주=성연광기자 sain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