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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35] 마이쿤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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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을 때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O2O 서비스) ‘만땅’을 선보이며 야심 차게 첫 발을 내딛은 마이쿤. 이 서비스를 통해 국내외 유명 액셀러레이터에게 투자를 받는등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되었으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일체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서비스 존립의 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만땅의 실패를 공식 선언한 뒤 절치부심 끝에 마이쿤이 2016년 3월에 내놓은 두 번째 아이템은 ‘스푼라디오(이하 스푼)’. 스푼은 목소리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오디오 방송 서비스로 모바일에 간편하게 LIVE 방송과 팟캐스트 녹음방송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45만 다운로드, 매일 2천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일반 BJ가 방송하는 채널이 1,600개에 달한다.

실패를 통해 자신과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말하는 마이쿤 최혁재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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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쿤 팀원들. (앞줄 맨 왼쪽) 최혁재 대표 / 사진=플래텀DB

▲ Part 1. 시장의 변화로 실패했지만, 살아남다.

미국에서 배워온 스타트업 경영, 제대로 접목하기 전 서비스 접어

2015년 2월, 미국의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에게 투자를 받고 6개월 간 미국 연수를 했다. 이 때 사업 운영부터 전반적인 태도를 많이 배웠다. 이런 것들을 서비스에 적용해 성장시키자던 차에 서비스를 접었다. 당시 우리 사업은 배터리 교체 공유 서비스였는데, 주요 수입원이었던 S전자의 제품들이 일체형 배터리로 출시됐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외형 변신은 우리 서비스의 근간을 흔들었다. 결국 버틸 수 없어서 종료를 선언했다.

힘들던 우리에게 찾아온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진솔한 서비스’

재작년 9월에 첫 서비스를 끝냈을 즈음이었다. 팀원들과 어떤 아이템으로 재기해야 할 지 고민하며 100여 개의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생각과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녹음 파일을 올려 편하게 듣고 목소리로 댓글 달게 하는 것 말이다. 그게 스푼의 초기 컨셉이었다. 흔히들 아날로그 하면 따뜻함을 떠올린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기 2,3달 정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테스트를 진행할 때 리텐션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자들의 고민거리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사용률이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타겟부터 재설정해야 했다.

고민거리를 얘기하던 플랫폼에서 개인 라디오 방송 플랫폼으로 … 그리고 투자유치

어느 순간부터 ‘누구누구의 일일 라디오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파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흥미로웠다. 이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오디오 방송하는 플랫폼의 부재를 언급했다. 얘길 듣고 조사를 시작했다. 영상 쪽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데, 라디오만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푼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으로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16년 3월 1일 정식으로 출시했다. 같은해 6월에 생방송이 가능해 졌고, 후원하기 기능이 지원된 지 3주만에 20여명의 BJ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10월엔 시드 투자금 3억원을 받았고,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초 25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다.

▲Part 2. 재도전 할 때의 Do와 Don’t

재도전 서비스 제1의 조건은 ‘수익화’

첫 서비스를 접고 다음 아이템을 검토할 때 오프라인이 관련된 사업, 즉 O2O(오투오) 아이템은 우선 순위에서 제외했다. 오프라인 영역은 사업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무조건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모델을 고려했다. 마지막으론 우리의 장점을 신속하게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찾으려 했다. 내가 개발자인 만큼, 앱 개발은 자신 있었다. 모바일 앱 환경에서 구성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듬고 고쳐 현재의 스푼이 만들어졌다. 손익 분기점도 몇 달 안에 넘길 수 있을 정도로의미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편이다.

숫자를 믿자…전 사업이 준 교훈

이전 사업을 통해 깨달은 건 숫자, 데이터를 믿어야 한다는 거였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시장에 덜컥 내놓고 사용자의 싸늘한 피드백을 얻었던 적이 너무 많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절감한 뒤부턴 투자자들을 만나도 예전만큼 걱정 되지 않는다. 자료를 근거로 고객을 얼마나 모았는지, 연말까지 다운로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지 의미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 사업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배운 원칙이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오로지 결론이 난 데이터를 보고 운영을 결정한다. 우리도 매달 분석한 성장 데이터로 입증하고 있다. 스스로 떳떳해진 거다.

▲Part 3. 회사를 다시 일으킨 퇴사율 0%의 팀원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결정된 투자금 ‘3억’

스푼 운영 초기 시드투자 3억원을 받았다. 우리에게 투자한 곳은 비디오 경쟁 시대가 끝나면 오디오 시대가 온다고 보고 있었다. 오디오 관련 사업을 하는 팀을 눈 여겨 보고 있었던 중 우리 팀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사업도 흥미로웠지만 우리 팀의 끈기를 높이 샀다고 했다.

치열하게 버틴 2년, 그 뒤엔 모든 팀원이 함께 했다.

첫 서비스가 실패로 끝났을 때 주위에서 숱한 뒷말을 들었다. 그간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건이 많았다. 전과자 취급을 당한다는 게 이런 심정일까 싶었다.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길거리에서 배터리 바꿔주던 애들이 무슨 콘텐츠 사업이냐’는 말도 들었다. 유저한테 인정받자는 마음으로만 모든 팀원이 버텼다. 그것이 결속의 단초가 되어 팀이 더 굳건해 졌다. 이 기간 동안 대학교로 돌아간 학생 인턴을 제외하고는 팀을 떠난 팀원은 한 명도 없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파트에서 전문가가 되어 열심히 해줬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내부에서 하는 말이 있다. 힘들더라도 죽지말고 망하지 말자고. 우리 할 일만 제대로 하고 사용자들에게 인정 받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Part 4. 소통하는 24시간 밀착 서비스

스푼, 일상 속에 파고들다.

우리 서비스는 밤에 훨씬 많이 이용된다는 게 특징이다. 흔히 생각하는 라디오와 똑같다고 보면된다.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방송까지 수 있다는 게 작지만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자극적 콘텐츠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야한 이야기 정도가 다였다. 그런 것들은 계속 필터링 하고 있다.

후원하기/부분유료가 주요 수입원, 광고는 훗날 고려할 것

라디오 BJ들에게 ‘후원하기’기능을 통해 청취자들이 돈을 지불할 수 있다. 한 달에 수백만원씩 버는 BJ도 있다. 그중 수수료 몇 %를 우리가 받는다. 더불어 스푼과 제휴한 전문 성우가 출연한 오디오 드라마에서 수익이 난다. 광고를 통한 수익은 마지막 고려대상이다. 아직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계획에는 있다.

라디오 콘텐츠 큐레이션을 하지 않는 이유, 차별점과 다양성 제고

흔히들 팟캐스트라고 부르는 게 있다. 애플의 라디오 검색 기능으로, 사용자 편의 서비스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를 들을 수 없어서 팟캐스트 주소를 복사해 공유해 듣는다. 국내에도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우리도 제공 할 수 있지만 현재 고려하고 있진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를 서비스하게 되면 일반 팟캐스트와 다를 바 없고, 크게는 다양한 콘텐츠 수급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정치, 시사 위주다. 스푼의 주요 타겟 고객은 20대인데, 이들에게 정치, 시사 콘텐츠는 수요가 적다. 그들이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일정 수준이상 확보되기 전까진 큐레이션 기능은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타겟 마케팅을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100만, 200만 다운로드가 되려면 광고를 잘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바이럴 광고를 통해 특정 타겟 층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Part 5. 재정비 기간을 거쳐 한국발 해외 서비스로 나아간다.

우릴 믿어준 500스타트업에서 다시 한 번 서비스를 분석한다.

2년전 첫 사업으로 500스타트업 SF 배치(Batch)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올해는 스푼으로 다시 500스타트업 서울 배치(Batch)에 들어 가기로 결정 했다. 팀원들의 개인 역량 강화 및 서비스 재분석과 보완을 위해 참가를 결정했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올 하반기, 해외진출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 올 하반기 진출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에 스마트폰이 막 도입했을 때와 비슷하고 두터운 청년층이 있다. 해당 국가 청년들은 웬만한 앱은 신기해서 다 다운로드 사용해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모바일 인프라 수준이 높지 않기에 동영상을 마음껏 보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데이터에 고민을 덜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빈 시장을 채울 수 있겠다고 봤다. 그리고 10~20대 인구 수가 여전히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 서비스의 현재 사용자 80%가 20대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예상대로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망할 것이 두려워 도전을 주저하고 싶진 않다. 우리 팀의 바람은 한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거다. 언제 어디서든 녹음해 파일을 올리고, 가지고 있던 파일도 다른 이와 공유하고 언제든 듣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땐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Part 6. 잘 하는 사업가로 남고 싶다.

사업을 ‘잘’ 하고 싶다.

예전 모토는 열심히 하는 거였다. 지금은 잘하는 게 목표다. 사업은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사업은 대학교 동아리가 아니다.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고 수익을 내야하는 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늘 힘들지만 재밌다는 거다. 오히려 사업을 늦게 시작한 게 후회가 된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렸다면 기회가 더 많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우리 팀과 나도 오뚝이 같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마음으로 더 나아가려 한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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