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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탈리아 정부, 난민 구호단체 ‘행동강령’ 발표했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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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달 25일 리비아 북부 사브라사 인근 해역에서 유럽행을 시도하던 난민들이 스페인계 구호단체 프로액티바 오픈 암스의 구조대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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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유입을 줄이기 위해 구조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구호단체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구호단체와 난민 밀입국 조직 간 연계를 의심하는 정부가 이들 단체의 활동에 각종 제약을 더하는 행동 강령을 발표한 후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양측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8개 구호 비정부기구(NGO) 중 국경없는의사회 등 5곳이 정부가 제시한 구조 행동 강령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행동강령은 최근 내무부가 구호단체의 활동이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이주를 지나치게 용이하게 한다는 우려 하에 만든 임시 규칙이다. 구조선에 난민 밀입국ㆍ인신매매 조직원이 승선하지 못하도록 이들 활동에 대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통제권을 늘리는 내용으로 ▦무장 경비대원의 승선 ▦전화 통화 및 점화(조명신호) 금지 ▦타 선박으로 난민 옮겨 태우지 않고 항구까지 직접 이송 등 12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이탈리아지부는 마르코 미니티 내무장관에 공개 서신을 보내 “우리는 이미 모든 국제법 및 해양법을 준수하며 로마 해상구조협력본부(MRCC)와 협업 하 구조ㆍ수색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행동강령에 포함된 일부 조항은 현 활동의 효율성을 대폭 떨어뜨려 끔찍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니티 내무장관은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으나, 구호단체들은 인도주의 활동의 중립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구조 속도를 심각히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난민 중 35~40%가 NGO 소유 선박에 의해 구조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일정 수준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올해만 난민 9만4,000여명이 이탈리아에 들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증가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상반기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유럽행 난민 숫자가 2,37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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