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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Startup’s Story #352] IT기술을 더해 법률사무소 문턱을 ‘확’ 낮췄다, 헬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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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내 현재 일자리의 50%가 사라진다. 기계 및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 변호사도 없어질 거다.”

2013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펴낸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서 언급된 말이다. 보고서에선 미래에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다. 하지만 변호사는 국내에만 매년 1,500명이 배출되는 등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문을 닫는 법률사무소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IT기술을 접목해 법률 시장을 혁신하고 서비스의 본질을 지키며 성장하겠다는 기업이 있다.

헬프미는 ‘누구나 쉽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법률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7월 법률상담을 시작으로 지급명령 헬프미, 법인등기 헬프미, 상속문제 헬프미 등 서비스를 출시하며 성장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자동화 상품을 출시한 2016년 7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매출액은 4억 3천만원, 올해의 누적 매출은 1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서비스 문화를 혁신해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는 박효연 헬프미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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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연 헬프미 대표

▲ 법률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뭉친 ‘로테크(Law Tech)’기업

헬프미는 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없어질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변호사를 비롯해 법률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변리사, 노무사, 법무사가 하는 일 대부분이 서류 작성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 부분은 충분히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 않겠나.

서류 작업이 많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건가.

이혼 소송을 결심한 사람이 변호사와 상담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까지 의뢰인과 얘기를 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텍스트나 말로 전할 거다. 변호사는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한다. 이후 정리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혼인 날짜, 자녀 출생, 손찌검 폭행 등 이혼 소송을 구성하기 위한 필요한 정보를 서류 작성을 위한 템플릿에 맞춰 변형시키는 것이다. 내용은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순서에 맞게 분류하고 작성한 뒤 접수할 준비를 마친다. 제출을 하면 변호사가 하는 일 중 상당수를 한 거다.

이 과정의 많은 부분은 충분히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 법률시장은 이 상황에 대비해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법률시장엔 어떤 문제가 있나?

살면서 한 번은 법률상담을 받아야 될 때가 찾아온다. 크고 작은 송사는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담 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며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어렵다. 힘들게 만난 변호사 중 일부는 수습 인턴 생활을 잠깐 한 걸로 법원 출신이라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법률서비스의 불만 건수는 점차 쌓여가고 있다. 법률서비스 신뢰도 조사를 해보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0%에 이른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보 불균형이 큰 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 변호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만나기 쉽지 않다. 일을 겪기 전까진 관련 정보에 관심이 없는 만큼, 문제 해결 방안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만나고 나서도 문제는 있다. 꼭 필요한 정보만 알면 되는데, 그 방법을 잘 몰라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정보 통신 기술을 접목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법 연수원 동기 2명과 함께 2015년에 헬프미를 창업했다.

헬프미는 어떤 부분에서 기존 시장 구조와 다른가.

고객은 우리 사이트에 공개 돼있는 변호사를 직접 선택한다. 이후 전화로 상담을 하고 나면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견적서를 고객에게 보낸다. 등기가 여러 개인 경우라도 바로 계산해서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그간 행해졌던 법률사무소의 처리 방식과 다르다. 일반적인 법률사무소에서는 방문을 유도하기 때문에 고객은 시간을 내서 변호사를 만나러 가야 한다. 상담이 끝나고 견적서를 받을 땐 문자메시지로 받아보는 경우도 흔하다. 이것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번거로움 없이 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것에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다.

규모있는 로펌도 일처리는 빠르다.

로펌은 IT기술보단 인재를 선호했다. 우리는 로펌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변호사를 모으는 한편 IT기술로 더 나은 효율을 추구하는 ‘로 테크(Law Tech)’기업이다.

각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 하겠다며 나온 서비스는 많다. 다만 법률 분야에선 헬프미가 거의 유일한데.

이쪽 업계는 기본적으로 변호사법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변호사와 IT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쉬운 게 아니다. 헬프미는 법률서비스에 걸맞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많이 창출할 수는 없다.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는 주식회사의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벌어들이는 수익이 대부분 법률사무소에 귀속되는 문제가 있다.

운영 개발 뿐만 아니라 마케팅 쪽에서도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기 쉽지 않다. 업계에선 이미 잘하고 있는 전통 강자를 포함해 열띤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후발주자가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여건상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는 게 어려워 보인다.

운영에서 제약이 있기는 하다. 변호법상 길거리에서 홍보전단지랑 명함도 전달할 수 없다. 차량부착광고 및 전단지를 쌓아 놓고 가져가라고도 못 한다. 외부 홍보간판도 걸면 안 된다. 손발이 묶인 채로 마케팅을 하는 셈이어서 상황이 쉽진 않다.

다만 법률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이를 둘러싼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되진 않을 거라 본다. 변호사를 쉽게 찾는 서비스는 존재한다. 다만 변호사를 만나는 방식만 바뀐 거지 서비스의 품질이 바뀌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서비스 자체의 변화다.

우리는 직접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활동하며 품질을 제고해야 시장 전체가 바뀐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 재방문이 성장의 기반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헬프미엔 나를 포함해 총 17명이 근무한다. 모두가 변호사인 건 아니다. 마케터, 엔지니어, 디자이너, 운영팀 등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헬프미를 처음 알았을 땐 6명이었는데 식구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는 기존 변호사가 하던 일 중에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효율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생각한 바가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다. 다만 꿈이 크고 원대해도 제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어렵다. 이를 위한 개발 및 전반적인 운영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법률상담, 법인등기, 지급명령, 상속문제 등 총 4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년 동안 4개 분야를 비교적 빠르게 확장했다. 확장 및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인재는 꾸준히 필요하다.

2년 동안 4개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중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무엇인가?

현재 매출의 70%가 법인등기에서 난다. 주소가 바뀌거나, 혹은 대표이사 및 임원이 바뀌면 모두 등기를 새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족한 고객의 재방문률이 높다.

리텐션율은 어떻게 되나.

분야마다 다르다. 아무래도 상속 문제는 빚을 남기고 사망했을 때 처리하기 위해 이용되는 서비스다. 대상자가 한정적이라 리텐션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급명령 분야는 기업 고객의 리텐션율이 높다. 특히 지급 명령 이슈가 꾸준히 생기는 기업일 수록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열에 아홉은 재방문을 해 일을 맡기는 편이다.

외부 마케팅이 아닌 재방문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고.

서비스를 사용한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헬프미를 활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이들의 입소문은 우리 서비스의 신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홈페이지에 우리의 경력, 서비스 후기와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서비스 뒤에 사람이 있음을 꾸준히 느끼게 하고 믿음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다행히 이를 좋게 평가해주고 있다. 이외엔 페이스북 광고 및 언론에 알리는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고객은 어떤 점에서 특히 만족하나?

분야별 특징이 다르다. 법인등기 서비스는 급한 업무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는 평이 많다. 법인등기의 경우 등기를 할 때 인감 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및 관련 서류를 챙겨야 하는데, 이에 불편함을 가졌던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만족스러워한다. 우리를 통하면 온라인 상에서 공인인증서로 쉽게 등기가 된다. 법률상담은 친절하고 마음에 드는 상담을 받았다는 후기가 주를 이룬다.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법률서비스를 하는 IT 회사인 만큼, 핵심은 서비스에 있다. 헬프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저렴하고 합리적인 것 또한 좋은 서비스의 요건이겠지만, 그것에 방점이 찍힌다면 고객이 다시 선택하지는 않을 거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의 요청 상황과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헬프미의 리스크는 어떤 점이라고 보나.

경제 위기가 우리의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다소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를 덮쳤던 때다. 전 직장에서 금융전문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인데, 몇 달 간 모든 경제 흐름이 얼어 수요가 급감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몇 천억원 규모의 금융 기업간 소송을 담당 중이어서 경제 흐름도 파악했어야 했는데, 경제 불황은 10년 주기로 온다는 것과 위기가 와도 6개월~1년 정도지나면 다시 살아난다는 걸 알았다.

올해와 내년은 그 10년 주기에 속해 있다. 기본적으로 호황의 산물이라고 보는 ‘법인등기’가 우리 매출의 70%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결빙기인 6개월~1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 ‘고객이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

헬프미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나.

우리는 ‘전문인이 모여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금도 이혼/금융/부동산/산재 등 전문변호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변호사가 하는 일을 효율화하고 시장을 변화 시키는 건 언뜻 수직적 영역에 드는 것 같이 보인다. 허나 본질은 수평적 영역으로 이다고 본다. 시장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싶다.

다른 부문 서비스 오픈 및 매출 성장률 유지를 단기, 중기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4개 부문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엔 1개 부분을 더 출시하려고 한다. 현재 한 달에 2,30%씩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속도를 유지하며 각 부문 점유율을 더 늘리고 싶다. 특히 법인 등기의 경우 전체 통계상 건수에 비해 우리가 처리하는 건수는 0.6%정도밖에 안 된다. 장기적으론 30%까지 늘리고 싶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3년에서 5년정도 본다. 아직은 기술 개발이 덜 돼 있어 파괴적인 가격적 메리트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기술 개발이 모든 곳에서 자동화 된다면 비용은 놀랄 만큼 낮아질 거다. 다른 곳에서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 될거라 본다. 그렇게 되면 원하는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거다.

회사의 운영원칙이 있다면.

‘좋은 법률서비스’다. 여기서 ‘좋은’은 고객이 우리를 찾는 목적을 달성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편의와 가치가 상충할 땐 목적 달성에 무게를 둔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은 없다. 법률서비스 속성상 질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대신 헬프미를 통해서도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어떤 곳에서도 획득하지 못할거다.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 서비스를 믿음을 갖고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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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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