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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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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에서 폐로 전이된 암, 하이푸·혈관치료 병행하니 사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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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로 생긴 열을 이용해 암세포를 응고·괴사시킨다.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이 하이푸 시술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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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간암 치료법
간암의 5년 생존율(32.8%)은 낮은 편이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 말기로 악화하기 쉽다. 간 기능이 많이 손상됐거나 다른 장기로 암이 번졌을 때에는 손쓸 방법조차 없다. 그러나 최근 간암의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하이케어의원은 하이푸(HIFU·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와 동맥 내 항암술을 병행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

간암은 암의 진행 정도와 간 기능,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완치를 위해선 간암 부위를 떼어내는 절제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절제술이 가능한 환자는 10~20%에 불과하다.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은 간동맥 색전술이나 방사선·항암 치료 등 비수술 치료법을 시도하게 된다. 비수술 치료법을 결정할 때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색전술은 간 기능이 나쁘지 않고 전이가 없어야 시행할 수 있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흔하고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치료를 끝까지 견디기 힘들다.

4년 전 간암 진단을 받은 문모(47)씨가 대표적이다. 대학병원에서 간동맥을 막아 혈액 공급을 차단한 뒤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죽이는 색전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진행했으나 암이 폐까지 번졌다. 치료를 포기한 채 지내다 지난 3월 객혈과 기침 증상이 심해져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를 치료한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과 동맥 내 항암술을 병행한 결과 암의 크기가 줄고 증상이 완화됐다”며 “문씨는 요즈음 등산과 골프를 즐길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 전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비교했더니 폐 좌엽에 전이된 암 조직의 크기가 9.5㎝에서 3㎝로 줄었다. 이 치료 사례는 지난 7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제3차 ‘최소침습 및 비침투성 양쯔 국제 포럼’에서 발표됐다.

절제술 적용 가능한 환자 10~20%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종양을 치료하는 비수술 요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간암과 자궁근종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신의료 기술로 등재된 후 적응증을 늘려 나가고 있다.

하이푸는 높은 강도의 초음파를 한 점에 집중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고강도의 초음파를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쏘면 온도가 섭씨 65~100도로 상승해 암세포가 괴사한다. 열에 의해서만 암세포가 사멸하는 건 아니다. 고강도의 초음파가 암세포에 닿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으로도 암세포가 파괴된다.

환자는 하이푸 기기에 편안한 자세로 엎드린 채 1~2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다. 이때 의사는 초음파 영상을 보며 계획한 대로 암 조직이 잘 괴사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데다 체력 소모가 적어 방사선·항암 치료를 견딜 수 없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하이푸로 암을 치료할 때는 피부 화상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부 절개하지 않는 비수술 요법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정상 세포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암세포가 증식하기 위해선 혈액을 통해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혈관만으로는 공급량이 부족해 암세포 주변에 신생 혈관을 많이 만들어낸다.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면 비정상적인 혈류가 교정되면서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을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 ‘동맥 내 항암술’이다. 문씨의 경우 폐로 전이된 암세포를 치료하는 데 동맥 내 항암술을 활용했다. 먼저 사타구니에 있는 동맥을 통해 가늘고 긴 관을 삽입한다. 이를 기관지 동맥까지 올려 보낸 다음 신생 혈관 억제제와 항암제를 주입한다.

동맥 내 항암술은 색전술의 개념을 차용해 발전시킨 치료법이다. 예컨대 간동맥 색전술은 혈관을 막는 색전 물질을 넣어 암세포로 가는 동맥을 완전히 차단하고 항암제를 주입해 암을 괴사시킨다. 그러나 간동맥을 영구적으로 막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거나 간 기능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동맥 내 항암술은 동맥이 아닌 전이된 암세포 주변에 생긴 신생 혈관 생성을 차단한다.

이와 동시에 혈류를 통해 항암제를 분사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과 동맥 내 항암술을 병행하면 상호 보완 작용을 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말기 암이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환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 치료를 받으면 회복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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