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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65] ‘딸들이 만화만 보길래…’, 개발자 아빠가 만든 영어 교육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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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대표의 첫 창업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터치링이라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만들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 사무실에 빨간 딱지가 붙는 광경까지 낱낱이 지켜봐야 했다. 겨우 상황을 정리하고 자리를 잡은 회사가 성장 시기의 카카오였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살려 보이스톡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참을 즐겁게 일했다던 정욱 대표는 두 번째 창업을 결심한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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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쿨의 정욱 대표. / 사진=플래텀DB



– 보통 큰 실패를 하고 나면, 그쪽 방향으로는 절도 않는다고들 하는데. 무엇이 당신을 다시 창업의 길로 이끌었나.

솔직히 처음 카카오에 입사할 때는 ‘1년 정도 하고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막 성장하고 있던 카카오가 처음 보는 분위기와 비전을 가진 회사였다. 한마디로 참 좋은 회사였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지내며, 다시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런데 내게 여섯 살, 일곱 살 딸 둘이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힘들어서 코코몽 영상을 틀어줬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지칠 줄을 모르고 보더라. 그걸 관찰하며 ‘코코몽이 멈춰 서서 영어로 아이들한테 말을 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개발자고, 못할 거 없지 않은가.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다.

–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캐릭터를 화면에 띄워놓고 마우스로 움직여주니까 재밌어하더라. 어라? 조금 더 재밌게 해볼까, 하고선 뒤에 배경도집 어넣고…. 그렇게 하나씩 붙여가며 놀기 시작한 거다. 그때부터 하나의 취미 생활이 돼서 퇴근 후에 꽤 많은 시간을 여기에 쏟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한 방에서 놀이를 하다가, 나중에는 내 존재감을 숨기고 다른 방에 가서 캐릭터를 조작했다. 실제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다.

– 그래서 결국,

문득 ‘이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회사를 나가지 않을 핑계가 필요했다. 재미로 만들어본 게 우리 아이들한테는 재밌을 수 있겠지만, 조사를 좀 더 해보면 사실 사업성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있었다. 날 포기하게 만들 검증이 필요했다. 간단한 데모를 만들어 유치원 원장님, 방과 후 선생님을 만나서 현장 이야기도 들어보고, 토즈를 빌려 실제 영어 교사를 고용해 아이들에게 시험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교육 콘텐츠’ 라는 공통 반응이 나왔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카카오처럼 크고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 장난삼아 시작한 일에 동참해준 지금의 멤버들은 어떻게 모을 수 있었나.

대부분이 터치링 시절 함께 일하던 멤버들이다. ‘창의와 탐구’에서 유아 사업기획총괄을 지낸 안종구 이사 역시 터치링 시절 팀으로 함께 일했었다. 개발은 내가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교육 전문가가 필요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했다. 마침 안종구 이사가 당시 교육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찾아갔다.

–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게 들어맞을 수 있나. 하필 교육업계에.

그런데 처음 안종구 이사에게 ‘온라인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몸담고 있었던 기업이 영재를 대상으로 하는 시설 사업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대면하지 않는 온라인 교육에 대해선 아주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3시간 동안 진심이 담긴 잔소리를 듣고 헤어졌다. 그런데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했던 거 같아, 다시 불러냈다. 일단 내가 뭘하려는지 끝까지 듣고 다시 한번 냉철하게 의견을 달라고 했다. 수업했던 데모 영상을 틀면서 다시 한번 쭉 설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삼십 분을 고민하시더니, 다음 날 사직서를 내고 왔다. 내가 카카오를 퇴사하기도 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 1호 직원은 내가 아니라 안종구 이사다. 서비스 만들고, 시장 반응 확인 했고, 사람까지 모았으니 별수 있나. 아내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서를 썼다.

– 한 번 실패했던 팀이 다시 모이기도 쉽진 않았을 텐데.

과거를 평가해보면, 실패의 원인은 개발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끼리 팀을 짜서 함께 일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각자 합류하게 된 사정은 다르지만, 그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다.

– 아이들에게 시험 수업을 하면서, 현장에서 어떤 피드백을 받았었나.

실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영어 선생님과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는 데에만 3개월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런데 시험 수업을 하는데, 아이가 5분 만에 캐릭터에게 말을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깜짝 놀랐다. 우리 서비스의 친밀도와 몰입도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생각할 것이, 우리 서비스가 선생님들에게도 유용한 도구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이쪽 역시 반응이 좋았다.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컨텐츠를 준비하지 않고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으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흥이 난다는 반응이었다. 유치원 측에서는 선생님들이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만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괜찮은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미니스쿨의 화상 영어 교육 예시


– 미니스쿨은 선생님이 화상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수업을 진행한다.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웹알티씨(WebRTC)를 기반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크롬 브라우저가 작동하는 대부분의 운영체제에 들어가 있다. 현재 PC와 웹버전 두 가지를 지원하고 있고, 곧 안드로이드 모바일 버전도 지원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컨텐츠 에디터와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다. 선생님은 마치 파워포인트에 애니메이션 동작을 집어넣듯이, 순서대로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화면 전환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를 만들 줄 안다면, 조작이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 기본 교재의 경우, 미니스쿨이 직접 제작하고 있나.

처음에는 자체 제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육 사업의 경우 주요 고객인 학부모들이 브랜드에 매우 민감하다. 아무리 가성비가 좋아도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블루래빗이라는 유아 전용 출판사와 제휴를 해 ‘터치톡 잉글리쉬’라는 교재 전집의 라이센스를 샀다. 그들의 교재를 디지털화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뽀로로, 코코몽과 같은 유명 캐릭터와의 제휴도 시너지가 클 것 같다.

실제로 팀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사안이다. 캐릭터 제휴를 먼저 맺고 서비스를 시작할까 고민도 했지만, 우리 브랜드가 자리 잡은 후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묻힐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유명 캐릭터들은 이미 교육 사업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독창성을 가져가기가 힘들다. 여러 고민 끝에, 자체 캐릭터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 현재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나.

지금은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인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선생님들이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의 특장점 중 하나가 교사 구성이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도, 교사가 아이들을 잘 이끌지 못하면 좋은 수업이 될 수 없다. 처음엔 원어민 교사를 채용할까도 고민했었다. 이 경우, 인건비도 낮아지고 거의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지므로, 사업적 측면에서 여러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원어민 선생님의 경우 영어가 서툰 아이들과의 소통이 다소 어렵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다보니 정서적인 부분이 굉자히 중요하다고 봤다. 결국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표현을 100% 이해하면서 수업을 진행해나갈 수 있는 한국인 선생님들을 고용했다. 대부분이 교사 출신이다. 타 화상 영어 서비스가 월 2~5만 원대인 것에 비해 우리 서비스가 7~9만 원대로 저렴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인건비 때문이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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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쿨이 자체 제작한 캐릭터 ‘쿠리’. 쿠리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동물’이라고 불리는 쿼카를 본따 그렸다.



– 사실 케이큐브벤처스에게 투자를 받아,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하는 기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상 투자를 받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전 창업과 카카오에서 쌓아온 개발력과, 안종구 이사가 가진 교육 업계에 대한 전문성, 합을 맞춰봤던 팀원들이 다시 모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

– 경쟁사는 어디인가.

캐릭터를 이용한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원격에서 캐릭터를 매개로 실시간으로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는 없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자금을 가진 부모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따지면, 수많은 온라인 영어 학습과 방문 학습을 하는 기업이 모두 경쟁 상대가 된다. 아이가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강점이다. 또, 앞서 말했듯 영어 교육의 경우 말 한마디를 내뱉게 끌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쿠리는 5분 만에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다.

– 영어 이외에 다른 과목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 처음 영어를 선택한 것은, 학부모 선호도가 가장 높고 학생과 교사가 양방향 소통을 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수학, 철학 동화, 논술, 과학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행동할 거니?’, ‘저 애는 왜 저렇게 생각했을까?’라고 물어보는 인문학적인 교육도 가능하다. 우리 서비스는 하나의 수업 방식이라고 본다. 이 그릇에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다. 또 우리가 구현하고 싶은 궁극적인 서비스의 형태는 플랫폼이다. 누구든 우리 플랫폼에 들어와 자신이 구상한 교재를 캐릭터를 적용해 만들고, 이를 이용해 화상 수업을 할 수 있는 형태다.

–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하면서,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다면.

창업은 몇 번을 하든 어렵다. 매번 이전에는 다뤄보지 않았던 선택의 기로가 열린다. 딱히 무언가를 배웠다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그 전에는 회사가 받은 투자금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사실 잘 몰랐었다. 투자를 받은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쓰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아직 시작 단계다. 그런 만큼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단기 목표다. 그중 하나가 모바일 서비스 제공이다. 현재는 PC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카메라나 음성 인식 기능 등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모바일이 우리 서비스의 주요 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으로는 일대일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학생과 대구에 있는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도 낮아지고, 두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수업 효과는 높아진다. 비용과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게 1차 목표다.

중장기로는 과목을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 서비스를 플랫폼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교육 방식과 도구를 제공하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우리 플랫폼 위에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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